2012년 제19대 총선 선거기간에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방송인 김어준씨가 10여년 만에 2심에서 혐의 대부분이 무죄로 뒤집혀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전 시사인 기자 주진우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3부(강경표 원종찬 정총령 부장판사)는 1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씨와 주씨에게 각각 벌금 9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김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주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총선 선거운동 기간인 2012년 4월7일부터 10일까지 총 8차례 당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집회를 개최하고 확성기로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날짜별로는 각각 4월 7일에 1차례, 8일 1차례, 9일 2차례, 10일 4차례 등이다.
1심은 이 가운데 4월8일자 행사는 김씨와 주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 증거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4월7일자 행사도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 등을 당선시키려 한 목적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일부 무죄를 선고하고,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낙선시키려는 발언만 유죄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봤던 4월 9∼10일 6건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확성장치를 이용했으나 공직선거법상 허용된 공개장소의 연설·대담·토론용이었다는 이유에서다.
공직선거법은 공개장소에서 후보자와 후보자가 지정한 사람 등이 연설·대담·토론 등을 할 수 있고 이 경우엔 확성장치를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유죄로 인정된 혐의는 김씨가 4월 7일 총선유권자네트워크 주최 '투표참여 개념찬 콘서트'에서 확성장치를 이용해 "'가카'는 여러분이 심판해주셔야 한다", "이번 선거는 김용민이 아니라 '가카'를 심판하는 선거"라고 말한 부분이다.
김씨가 확성장치를 이용해 새누리당 후보를 낙선시키려는 의도의 발언을 했고, 공직선거법상 허용된 공개장소의 연설·대담·토론도 아니었다는 것이 2심의 판단이다.
주씨는 이 행사와 관련해선 기소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다만 "선거법 위반의 정도가 무겁다고 할 수는 없고 특정 후보를 낙선시키려는 의도의 선거운동은 아니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이 사건은 2012년 9월 공소가 제기됐으나 기소의 근거가 된 공직선거법 조항이 두 차례에 나눠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오면서 2심 판결까지 10년 넘게 소요됐다.
위헌 결정이 나온 공직선거법 조항은 각각 언론인의 선거운동 금지와, 집회를 통한 선거운동을 금지한 조항이다.
김씨와 주씨는 1심에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고, 1심은 이 가운데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부분에만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2016년 헌재의 위헌 결정을 받았다.
2심 과정에서 김씨와 주씨는 1심에서 위헌제청 신청이 기각된 선거 기간 집회 개최 부분에 직접 헌법소원을 냈고, 2018년 헌재의 위헌 결정을 받았다. 관련 조항에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나온 혐의는 공소가 취소되거나 무죄로 판결됐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