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세입자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전·월세 금액을 낮춰 임대차 계약(감액계약)을 갱신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전세 수요가 대거 이탈하고 있어서다. 통상 5% 범위 내 보증금을 올리거나 동일한 가격으로 연장하던 과거와는 달라진 분위기다.
10일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11월 기준)에 이뤄진 갱신 계약 중 종전 계약보다 낮춘 감액계약 비율이 13.1%에 달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갱신 계약 데이터를 공개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2분기(3.9%)보다 세 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지역과 주택 유형별로는 경기도 아파트의 감액계약 비율이 23.1%로 가장 높았다. 인천은 연립·다세대 주택의 감액계약 비율이 14.3%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는 3.2%, 연립·다세대 주택은 3.2%로 경기와 인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감액계약이 증가한 것은 금리 인상과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난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연초 대비 5.3% 하락했다. 경기 지역 하락폭은 7.7%에 달했다. 전세 수요도 대폭 꺾였다. 전국 전세수급 동향은 지난해 11월 기준 75.1(기준 100)로, 연초보다 22.1% 줄었다. 전세 시장에 수요보다 공급이 넘친다는 의미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새로운 세입자를 찾는 것보다 기존 계약자와 보증금을 낮춰서라도 계약을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증가한 결과 전세 수요가 계속해서 줄고 있다”며 “집주인은 세입자 모시기가 더욱 어려워져 전세대출 이자를 일부 지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