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주관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풍자한 그림 80여 점이 국회 의원회관에 전시될 예정이었지만 전시 직전 국회사무처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이 행사의 공동 주관에는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초선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이 다수 참여했다. 야당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반발한 반면 여당은 “저질 전시회를 공동 주관한 의원들이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9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부터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열리기로 했던 ‘2023 굿바이전 인 서울’은 전날 밤 국회사무처의 철거로 전시가 취소됐다. 행사에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풍자한 그림이 전시될 예정이었다. 반라의 윤 대통령이 김 여사를 감싸고 있는 등 윤 대통령 부부와 현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그림이 다수 포함됐다.
이 행사는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민주당 강민정·김승원·김영배·김용민·양이원영·유정주·이수진·장경태·최강욱·황운하 의원과 무소속 윤미향·민형배 의원 등 12명이 공동 주관했다.
국회사무처는 당초 전시 허가를 내줬다가 뒤늦게 시정을 요구했다. 국회사무처는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 내규를 위반한 작품을 전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사용을 허가한 것”이라며 “작품 일부가 이에 어긋난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주관한 의원실에 ‘시정 요구’ 공문을 여러 차례 보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철거했다”고 밝혔다. 해당 내규는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회의실 및 로비 사용을 불허하고 있다.
민형배 의원 등은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을 항의 방문해 “국회의장이 철거한 작품의 조속한 원상복구를 지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정치 풍자를 넘은 국가원수에 대한 인신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