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자리를 두고 대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짝을 지어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다. 정부가 국내 AI 반도체 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면서다. KT-리벨리온, NHN클라우드-사피온, 네이버클라우드-퓨리오사AI 등이 팀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3년간 1000억원 지원9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산 AI 반도체를 신규 데이터센터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국내 AI 반도체산업을 육성하는 사업을 이달 시작한다. 관련 사업은 ‘AI 반도체 시험 검증 환경 조성’과 ‘AI 반도체 팜 구축 및 실증’이다. 두 사업 모두 데이터센터 건립과 해당 시설에 사용할 AI 반도체 개발 등을 지원한다.
정부는 이들 사업에 2025년까지 1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지원 대상은 국내 AI 반도체 업체와 클라우드 사업자 중심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다. 정부 관계자는 “AI 반도체 시험 검증 환경 조성은 광주 AI 집적단지에서 추진할 예정이고, 나머지 사업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한 개 컨소시엄이 두 사업 모두를 할 수도 있고, 각각 다른 컨소시엄이 선정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지원자를 모집하기 위한 공고를 올리고, 3~4월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국내 유망 AI 반도체 스타트업은 모두 지원할 전망이다. 리벨리온, 사피온, 퓨리오사AI 등 서버형 AI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들이 수주전에 나선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상당수 국내 AI 반도체 회사가 미국 엔비디아보다 성능이 좋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번 사업 수주 과정에서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반도체 시장 대폭 커진다”이번 사업에 최종 선정된 업체는 적지 않은 혜택을 얻을 전망이다. 정부 지원금을 AI 반도체 성능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실사용처(데이터센터)가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 관련 레퍼런스(사용 실적)가 생겨 다른 곳에 AI 반도체를 팔거나 수출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벤처캐피털(VC)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에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스타트업 모두 시제품만 개발한 상황”이라며 “최종 수주하게 된다면 사업 계획을 크게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국내 클라우드 대기업 간 대결이기도 하다. 국내 1~3위 클라우드 사업자가 각각 AI 반도체 스타트업과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리벨리온, NHN클라우드는 사피온, 네이버클라우드는 퓨리오사AI 등과 짝을 지어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지난해 리벨리온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함께 해외 AI 반도체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NHN클라우드는 사피온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국산 AI 반도체 실증 지원 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퓨리오사AI에 두 차례 투자하며 협력을 강화했다.
AI 반도체는 최근 급증한 AI 연산에 최적화된 시스템 반도체다. 작은 전력 소모에도 대규모 연산을 빠른 속도로 처리해내는 비메모리 반도체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30년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AI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33%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