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판매기 사업을 하면서 여러 차례 쓴맛을 봤는데도 미련이 남았나봐요. 지하철역을 걷는데 무인 여권사진기가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아날로그 스티커 사진의 감성에 소셜미디어 트렌드를 더하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충분히 통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생네컷’은 1990년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즉석사진을 인스타그램 등으로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다. 네 장의 사진이 일렬로 나오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매장 밖까지 줄을 설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2018년 출시 후 전국적으로 430개 지점이 생겨났다. 한 달에 230만 명씩 매장을 찾더니 5년 동안 출력된 사진이 1억 장을 넘어섰다. 인생네컷을 만든 이호익 엘케이벤쳐스 대표(45·사진)는 “스티커 사진이 추억을 기록하는 수단에서 벗어나 2030세대에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잡은 덕분”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을 자판기업계의 ‘마이너스 손’이라고 했다. 자동화공학을 배우다가 무인화 기계 사업들에 손을 댔지만 번번이 실패해서다. 2010년 녹즙 자판기를 의욕적으로 내놨지만 빛을 보지 못했고, 2015년 시작한 즉석 라면 자판기 사업도 결국 접어야 했다. 그러다 무인 여권사진기를 보게 됐다. 이 대표는 “스티커 사진을 소셜미디어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면 분명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생네컷에서 사진을 인화하면 화면에 QR코드가 뜬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해당 사진을 다운받아 SNS에서 공유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서비스를 내놓기 전에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네 장의 사진을 필름처럼 연결하는 듯한 감성을 입혔다.
이 대표는 고객 반응을 떠보기 위해 2018년 서울 홍대와 로데오 역세권 거리에 먼저 진출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전국에 즉석사진 열풍이 불었다. 어느새 ‘인생네컷’은 스티커 사진의 대명사로 쓰이게 됐고, 엘케이벤쳐스의 지난해 매출은 300억원에 달했다. ‘스티커 사진 본고장’ 일본을 넘어 미국과 영국 등 해외 9개국에 진출했다. 이 대표는 “한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즉석 스티커 사진까지 덩달아 인기를 얻게 됐다”며 “새해에는 수출국을 2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