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후공정 외주기업(OSAT)인 LB세미콘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손자인 구본천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LB그룹의 주력 회사다. LB세미콘을 이끄는 김남석 대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25년간 패키징 경력을 쌓은 정통 ‘반도체맨’이다. 김 대표는 9일 “후공정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만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성공 경험을 LB세미콘에 접목하겠다”고 말했다.
2000년 설립돼 22년간 반도체 후공정 한 우물만 판 코스닥시장 상장사 LB세미콘은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이미지센서(CIS),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시스템 반도체에 경쟁력을 지닌 OSAT다. 웨이퍼 위에 외부 접속단자를 형성하는 범핑(bumping·반도체 칩 위에 미세한 돌기를 만들어 전기로 연결하는 기술) 공정을 비롯해 테스트를 거쳐 완제품을 만드는 백엔드 과정을 총괄한다.
LB세미콘은 삼성전자 시스템LSI, 노바텍, LX세미콘 등 세계 3위권 DDI 개발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지만 DDI에 치중한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CIS를 비롯한 통신 반도체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를 다루는 종합 OSAT로 도약해 해외 대형 고객사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가야 할 방향은 ‘탈(脫)DDI’와 ‘탈메모리’”라며 “DDI는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에 못 미치고 메모리도 반도체 시장 전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종합 OSAT로 나아가려면 후공정 시스템 전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LB세미콘이 종합 후공정 업체로 도약하려는 이유는 성장성 때문이다. 반도체 패키징은 가공을 마친 웨이퍼를 칩 형태로 자른 뒤 쌓고 묶어 포장하는 후공정이다. 미세공정이 기술적 난관에 부딪히면서 반도체 성능과 효율을 높일 첨단 패키징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패키징 시장은 2015년부터 연평균 4.84%의 증가율을 보였다. 2024년에는 84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LB세미콘은 2025년 글로벌 10위 OSAT 업체로 도약한 뒤 2027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적도 우상향 추세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4091억원, 영업이익 531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1%, 34.3% 증가했다. 주가는 전반적인 증시 부진 탓에 최근 3개월간 10%가량 하락했다.
김 대표는 “국내 4대 후공정 업체 매출을 다 합쳐도 2조원 정도에 불과한데 대만 후공정 업체 ASE 한 곳의 매출만 20조원”이라며 “후공정 육성 없인 TSMC를 이길 수 없는 만큼 각종 규제를 해소하는 것이 후공정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택=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