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가장 주목할 변화는 센서와 인공지능 같은 첨단 기술을 접목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을 처음 도입한 것이다. 이처럼 현대 축구는 공정한 판정 시스템을 구축해 축구 발전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공정한 규칙과 판정 시스템은 비단 축구와 같은 스포츠에만 요구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다양한 지식재산이 공존할 미래사회에서 지식재산 소송의 신뢰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일은 지식 강국의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등 오늘날 지식재산 거버넌스를 둘러싼 환경은 새로운 변화를 겪고 있다. 전통적 지식재산인 특허, 상표 등 산업재산에 더해 저작물과 영업비밀, 메타버스, 인공지능 발명 등 새로운 유형의 지식재산이 부각되고 각기 다른 지식재산이 상호 융복합돼 미래의 성장을 주도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식재산 경쟁력은 이를 뒷받침하기에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2022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이 37위에 머물렀다. 지식재산 5대 강국(IP5)이라는 위상과 미래사회에서 더욱 커질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매우 뒤처졌다. 지식재산 보호에는 소송제도의 전문화가 매우 중요한데, 이 제도의 실효성을 근본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관할집중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관할집중 제도란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법원이 지식재산권 소송을 전담하는 제도로, 이를 통해 관련 소송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판결의 일관성을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제도 개선을 논의한 결과 특허권, 상표권 등 5개 지재권 소송의 관할집중이 완료돼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관할집중은 5개 지식재산권의 본안 소송에만 적용되고 있어 미완성 상태인데 영업비밀, 부정 경쟁행위 등 다른 지재권 소송과 민사 가처분 소송 등으로 확대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리 위원회는 관련 전문가와 정부 부처 관계자가 참여하는 ‘지식재산권 소송 전문성 제고 특별전문위원회’를 1월에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관할집중 제도 확대와 법원의 전문성 향상을 통해 지식재산 소송의 신뢰성과 정확성이 더욱 높아진다면 연구자와 기업인, 그리고 예술인이 안심하고 마음껏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기틀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