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었다" vs "표현의 자유"…'尹정권 풍자작품' 철거 논란

입력 2023-01-09 16:35
수정 2023-01-09 16:36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던 윤석열 정부 풍자 작품들이 철거된 일을 놓고 여야가 격돌했다.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 및 무소속 의원 12명이 주관한 이번 전시회는 9일 오후 열릴 예정이었다. 이 전시회에서는 작가 30여 명의 정치 풍자 작품 80여점이 전시될 계획이었다.

작품 중에는 윤 대통령이 나체로 부인 김건희 여사와 칼을 휘두르는 모습 등이 담긴 작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윤 대통령이 나체인 상태에서 조선 왕실의 어의(御衣)를 입은 그림도 있었다. 해당 그림에는 윤 대통령의 얼굴은 A4용지로 가리고 '사정상 안쪽의 이미지를 보여드릴 수 없습니다. 궁금하시면 들쳐보세요'라는 문구가 있었다.

이에 국회사무처는 전날 오후 7시께부터 세 차례 공문을 보내 국회사무처 내규를 들어 전시작품의 자진 철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사무총장이 회의실 및 로비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내규를 제시하면서다. 국회사무처를 이끄는 사무총장은 민주당 출신 이광재 전 의원이다.

민주당 강민정·김승원·김영배·김용민·양이원영·유정주·이수진(동작을)·장경태·최강욱·황운하 의원과 무소속 민형배·윤미향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사무처가 오늘 새벽 기습적으로 전시작품 80여 점을 무단 철거했다"며 "국회가 표현의 자유를 짓밟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회사무처는 풍자로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하겠다는 예술인의 의지를 강제로 꺾었다"며 "이제라도 의장은 작품이 정상적으로 시민들에 가닿을 수 있도록 철거 작품의 조속한 원상복구를 지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시회를 주최한 의원들과 작가들은 이날 국회 사무총장실도 항의 방문했다. 전시 참여 작가인 고경일 상명대 교수는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남의 재산을 가져가느냐"며 "반성이나 사과가 먼저"라고 밝혔다. 강민정 의원은 "국회는 다양성을 소화해야 한다"며 "다른 데서 못하는 전시를 여기서 열 수 있도록 하는 게 국민 대표기관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광재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예술의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표창원 전 의원 사례가 있듯 국회가 국가적 갈등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기상으로 조금 부적절하다"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끝나면 적당한 시기를 택해 전시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의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충격과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해당 전시회를 주관한 민주당 의원들을 저격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구두 논평을 통해 "철거된 전시는 정치 풍자의 수준을 넘은 국가원수에 대한 인신 모독"이라면서 "저질 전시회를 공동 주관한 민주당 의원들의 처신도 한심하다"고 직격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여당 간사인 이용호 의원은 성명을 내고 "국회를 대통령에 대한 저주와 증오의 장으로 만들려는 민주당의 집단 이성 상실 행태를 규탄한다"며 "오죽했으면 민주당 출신 사무총장이 한밤중에 강제 철거까지 했겠나. 공동 주관 의원들은 국회 윤리위에 회부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