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1주택자 움직이나…한 채 더 살때 취득세 70% '뚝'

입력 2023-01-08 17:18
수정 2023-01-16 16:53

정부의 ‘1·3 부동산 대책’ 시행에 따른 규제지역 해제 등으로 서울 2주택자의 취득세 부담이 최대 70%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득세뿐 아니라 양도세 등 세 부담이 모두 감소하면서 대책 발표 이후 현금 여력이 있는 강남 주택 보유자의 서울 비규제지역 내 2주택 매입 문의가 늘고 있다. 다만 금리 인상 등의 변수가 남아 있어 당장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선 중개업소의 관측이다. 비규제지역 추가 매수 시 취득세 절감8일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에 시뮬레이션을 의뢰한 결과, 규제 지역인 강남권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앞으로 규제 지역에서 제외된 서울 내 2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추가 매수할 때 부담해야 하는 취득세는 3.5%(농어촌특별세·지방교육세 포함) 세율을 적용받아 7000만원인 것으로 추산됐다. 대책 발표 이전에 9%의 취득세율을 적용받아 1억8000만원을 납부해야 하는 것과 비교해 세 부담이 60% 이상 낮아지는 셈이다.


일시적 2주택을 활용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역시 이번 대책으로 부담이 줄게 됐다. 추가로 산 집이 조정대상지역인 경우 2년 이내에 종전 주택을 처분해야 일시적 2주택을 적용받아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해제된 지역의 아파트를 구입하면 종전 주택 처분 기한이 3년으로 늘어난다.

반대로 보유 중인 1주택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조정대상지역인 강남권 아파트를 신규 취득해도 같은 규제 완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일시적 2주택 취득세 중과 배제가 2년이 아닌 3년 내 종전 주택을 양도하면 성립되므로 기간 연장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비규제지역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해야 하는 경우에도 자녀의 취득세 부담은 크게 낮아진다. 시가 2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할 때 대책 이전에는 자녀가 13.4%의 세율을 적용받아 2억6800만원의 증여 취득세를 부담해야 했으나 이젠 4%만 적용받아 8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정주용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사는 “올해부터 증여 취득세 과세표준이 시가표준액에서 시가 인정액으로 개정돼 세 부담이 커졌다”면서도 “이번 조정대상지역 해제로 용산과 강남권을 제외한 서울 지역의 증여 취득세 부담은 많이 줄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서울 주요 비규제지역 단지에 대입해 보면 취득세가 1억원 이상 차이 난다. 강남 주택 보유자가 22억6000만원 상당의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5단지 전용 84㎡를 구입하는 경우 대책 이전에는 2억340만원의 취득세를 납부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7910만원만 납부하면 된다. 성동구 서울숲힐스테이트 전용 84㎡ 역시 20억5000만원에 매수한다고 가정했을 때 1억8450만원에 달하던 취득세가 7175만원으로 줄어든다. 1억1275만원의 절세 효과를 누리게 된다. 마포구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 84㎡ 역시 취득세가 각각 9460만원과 8388만원 줄어든다. 현금부자 중심 ‘2주택 매수’ 문의 늘어이처럼 서울 내 2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줄어들면서 고금리에 영향을 받지 않는 현금 보유자를 중심으로 서울 2주택 보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WM(자산관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강남권 2주택 매수’에 대한 강남권 자산가의 문의가 늘고 있다. 한 시중은행 WM 관계자는 “평소 부동산에 관심을 갖고 있던 강남 아파트 보유자 중 4명이 최근 성동이나 마포, 동작 등 비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추가 매수하면 세 부담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물어봤다”며 “취득세뿐 아니라 구입 후 자녀 증여 때 양도세와 자녀에게 양도 시 취득세 부담에 관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WM 관계자 역시 “강남권 주택보다는 이번에 규제 지역에서 해제된 고가 아파트 추가 매수에 대한 관심과 문의가 많았다”며 “모두 고금리에 영향을 받지 않는 현금 여력이 있는 보유자라는 게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늘어난 관심이 실거래 증가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2주택자의 취득세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결국 지금 주택 거래는 금리 영향이 크다”며 “지난해 일찌감치 증여에 나선 집주인도 많아 문의는 있어도 실제 거래가 늘어날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