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에는 모빌리티와 TV, 가상현실 말고도 소비자를 위한 수많은 혁신 기술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모습을 드러낸다. 올해 열린 CES 2023에서도 전 세계 각종 스타트업들이 모여 기발한 제품들을 뽐냈다. 이곳에서 만난, 우리의 삶을 소소하지만 즐겁고 편리하게 바꿔주는 제품 몇 가지를 소개한다.
다이어터들을 위한 숟가락 저염식도 짜게, 달달한 디저트는 더 달달하게. 스타트업 테이스터부스터스(Taste Boosters)는 맛을 증폭시키는 숟가락 ‘스푼텍(SpoonTEK)’을 선보였다. 이 숟가락은 사람이 입에 넣는 움푹한 부분에 전자부품이 부착돼 있다. 혀를 자극해 사람이 느끼는 맛을 극대화하는 원리다. 아마존에 입점돼 있다. 부스에 있던 칸 다비도프 설립자는 한국 언론 명찰을 목에 건 기자를 보자 “롯데 사람들이 우르르 다녀갔다”고 자랑했다. 어쩌면 한국에서 살 수 있게 될 날이 올지도.
집에서도 코를 자극하는 영화를이스라엘 스타트업 부스에 자리잡은 아로마센트(iRomaScents)는 영화를 볼 때 장면에 맞는 향을 분사해주는 기계를 선보였다. 영화 주인공 남자가 향수를 뿌리면 남자 향수 향을, 꽃집에 들어가면 꽃 향을 뿌려준다. 다만 소비자가 언제 어떤 향을 맡고 싶은지는 설정해야 한다. 총 135개의 향 중에 고를 수 있고 추천도 해준다.
그냥 귀여운 로봇 강아지 프랑스 소프트웨어 기업 에어루딧(aurdit)이 올해 CES에서 처음 선보인 로봇 개는 참가자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특별히 생산적인 기능은 없지만, 주인의 명령에 따라 앞발을 흔들고 덤블링도 하는 로봇 애완동물이다. 그리고 일단 귀엽다.
아침 햇살도 예약 가능 영국 기업 벨루메 리빙(Belume living)은 빛 알람 기능이 있는 창문을 만들었다. 알람 시간을 맞추면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15~30분 전부터 서서히 창문에 설치된 전등의 빛이 밝아진다. 사람이 아침에 햇빛으로 깨듯 자연스럽게 눈을 뜰 수 있게 해주는 원리다.
고양이도 얼굴 인식이 된다? 한국 기업 펫나우는 지난해 개의 비문(코 주름) 인식 기술로 CES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사람의 지문처럼 강아지마다 코 주름 패턴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해 강아지 등록을 손쉽게 하는 기술이다. 올해 CES에서는 고양이 얼굴인식 시스템을 내놨다. 고양이는 혀나 발로 털을 다듬는 그루밍을 하며 얼굴과 몸을 관리하는데, 이 때문에 얼굴의 윤곽선이 유지돼 정확도 95%로 식별할 수 있다. 지난달 한국과 미국에서 앱이 출시됐다.
‘여자화장실 3번 칸, 문제 생겼습니다’ 싱가포르 기업 리겔 테크놀로지(Rigel Technology)는 공중화장실 제어 시스템을 선보였다. 모든 용변기 위에 센서를 부착해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등을 감지한다. 관리자는 앱을 통해 현재 공중화장실에서 사용중이거나 비어 있는 칸, 문제가 생긴 칸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문제가 생긴 칸은 어떤 문제인지도 대략 나타난다. 부스 관계자에 따르면 자국 내 시장 점유율은 70%.
가려울 때 긁지 마세요 ‘오사카 히트 쿨’이라는 일본 기업이 만든 써모스크래치(ThermoScratch)라는 제품은 가려울 때 피부에 긁는 느낌을 준다. 직접 피부에 대 봤는데 일부분은 따뜻하고 일부분은 차가웠다. “온도를 이용해 뇌를 현혹시켜 긁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게 기업 관계자 설명이다. 아기들이 아토피가 있는 경우 가려움을 못 참고 긁어 피부가 부어오르거나 상하는 일이 많은데, 엄마들에게 유용한 제품이라고.
캔도 뚜껑을 닫을 수 있다고? 캔은 무조건 한 번 따면 다 먹거나, 버려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병처럼 여러 번에 나누어 마실 수 있다. 한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이그니스는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는 뚜껑을 적용한 캔 음료를 CES에 전시했다. 개폐형 뚜껑을 개발한 독일 회사 엑솔루션의 기술을 독점으로 들여왔다. 현재 펩시와 협력 계약을 맺었다고.
라스베이거스=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