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경제학자들의 날 선 공방전이 펼쳐졌다. 6일(현지시간) 뉴올리언스에서 개막한 '전미경제학회(AEA) 2023' 이야기다. 이날 미 중앙은행(Fed) 관계자들과 미국 경제 석학들은 경제 현황을 두고 시각차를 보이며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이날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정점을 지나갔다"고 공언했다. 2021년 이후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가운데 Fed의 핵심 관계자가 인플레이션 하락세를 예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스틱 총재는 이날 AEA 2023의 한 세션에서 "애틀랜타 연방은행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측정하는 9가지 지표 중 7개에서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조짐이 나타났다"며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찍었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리사 쿡 Fed 이사도 이날 AEA 2023에서 임금 상승세 둔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지적한 3가지 인플레이션 주요 지표에서 상승세가 꺾인 게 확인돼서다. 쿡 이사는 주로 개인소비지출(PCE)과 관련된 지표를 제시했다.
변동이 심한 식료품,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소폭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경기 후행 지수인 부동산 물가를 대체할 수 있는 신규 렌트 비용 지표를 보면 1년간 상승 폭이 둔화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쿡 이사는 "서비스 물가는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상승 폭은 감소하는 모습이다. 지난 6일 발표된 12월 평균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전월(4.8%) 대비 소폭 하락했다.
이날 AEA 2023 에선 2008년 버락 오바마 정부 경제팀의 핵심 자문역을 맡았던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 교수는 Fed를 정면 비판했다. 로머 교수는 이날 "Fed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로 잡고 있지만, 현재 물가는 이보다 높다"며 "Fed의 신뢰도에 손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머 교수는 인플레이션을 전망할 때 신중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될 것이냐는 질문에 "인플레이션을 "며 과거 인플레 전망이 크게 틀렸던 사례를 제시했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브레턴우즈 체제를 포기하면서 벌어진 일련의 경제 충격과 2차 오일쇼크로 인해 거대한 인플레이션에 휩쓸린 지미 카터 정부를 예시로 들었다.
Fed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0년 12월에 내놓은 전망에서 2021년 근원 PCE 전망치를 1.8%, 2022년은 1.9%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근원 PCE는 4.7%에 머물렀다.
로머 교수는 "만약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올려야 한다면 물가 수준이 새로운 목표치를 밑돌아야 할 것"이라며 "목표치가 기존 2%보다 높은 2.5~3%가 더 적합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날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차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시장에서 커지고 있는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감에 대해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고 비판했다.
구린차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주요국에서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식료품·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와 서비스 물가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당분간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