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연내 로봇을 출시한다. 신성장동력으로 로봇 사업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안에 ’EX1‘이라는 이름의 보조기구 로봇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로봇을 신사업으로 점찍고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봇사업 도전장한 부회장은 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이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삼성이 내놓는 첫 로봇은 노인 운동을 돕는 기능을 갖춘 ‘시니어 케어’ 특화 로봇이다. 그는 “로봇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제품 출시 때 자세히 말하겠다”며 “신성장동력으로 로봇, 메타버스 등을 많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스마트폰, 생활가전을 주축으로 한 삼성전자 대표 사업 대열에 로봇이 추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돌봄 로봇, 지능형 로봇, 가사보조 로봇 등 시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지난 3일에는 협동로봇 전문 코스닥 상장사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원을 투자했다. 지분율은 약 10.3%가 된다. 삼성전자가 로봇 관련 기업에 지분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봇 사업의 기술 고도화를 위해 외부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한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과감한 투자와 기술 혁신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한 부회장은 “이 회장은 항상 우수 인재 확보와 새로운 도전을 강조한다”며 “이달 초 사장단 회의에서도 그런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M&A 추진…‘초연결’ 더 강화인수합병(M&A)도 추진한다. 한 부회장은 “사업 발전을 위해 M&A를 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보안 문제로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CES 2022’에서 M&A를 예고했지만 지연된 이유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락다운(도시 봉쇄), 미·중 갈등, 고환율 등 돌발 변수를 꼽았다. 그는 ”일상 회복 기미가 보이는 걸 봐서는 좋은 소식 기대해도 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생활가전 시장 1등을 위한 전략을 고민해보겠다고도 했다. 한 부회장은 ”항상 목표는 1위“라며 ”지난해 10월부터 관련 전략에 관심을 두고 있고, 더 공부해서 추진해보겠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세계 생활가전 시장은 3400억달러(약 428조4000억원)를 넘는 수준으로, TV 시장의 3배 규모“라며 ”생활가전을 DX(디바이스경험)부문의 성장동력이 되도록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TV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2006년부터 1위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18년 연속 세계 1위가 목표다.
생활가전 사업 방향과 관련해선 ‘초연결’ 강화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쓰기에 더 편한 연결성을 강화하는 게 차별화라고 생각한다“며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스마트싱스와 연결되는 기기 및 서비스를 더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배석한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부문 사장과 이영희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도 연결성을 강조했다. 이 사장은 ”미국 애플이 강력한 핵심 이유는 그들의 생태계가 연결돼 있고 그 연결을 기반으로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연결성을 강화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노 사장은 “코로나19 이후 자동으로 연결해주고 편의성을 제공하는 기능이 주목받고 있다”며 “개인화, 최적화가 트렌드”라고 했다.
생활가전 브랜드 ‘비스포크’는 강화하기로 했다. 비스포크는 주문 제작을 뜻하는 영어 단어에서 가져온 것이다. 소비자가 소재와 색깔을 고를 수 있는 생활가전 시리즈를 일컫는다. 한 부회장은 ”비스포크는 2019년 국내 출시 이후 글로벌화를 추진했으나 전부 다 확산하지는 못했다“며 ”올해부터는 확산에 집중하며 사업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내려간 주가 회복은 숙제삼성전자 주가가 많이 내려간 것은 ’숙제‘로 꼽았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만 떨어진 것이면 원인이나 대책이 있겠지만 거시 경제 영향이 크다“며 ”빅테크 기업도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M&A 등 뭔가를 해야 주가가 올라간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며 “임원, 고객사, 협력사 등과 힘을 모아 좋은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올해는 본질에 충실하면서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부회장은 “경기침체 장기화, 국제정세 불안, 공급망 우려까지 각종 위기가 중첩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복합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향후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경제 위기와 관련해 예전부터 많은 대응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며 “위기 대응에 체질화돼 있으니 잘해보겠다”고 했다.
라스베이거스=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