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1호 입법’으로 불리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본회의에 부의돼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물론 농민단체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등 6개 단체가 최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 재고를 촉구한 것이다. 이들은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다른 작물 전환 유도가 쉽지 않을뿐더러 판로에 대한 부담이 사라져 쌀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정책 실패를 넘어 쌀 가격 하락에 따른 농가 경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초과 생산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쌀 초과 생산량은 지난해 25만t에서 2030년 64만t으로 불어나고, 이를 사들여 처분하는 데 연평균 1조433억원의 세금이 든다는 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이다. 야당 주장처럼 가격 안정화에 기여하기는커녕 쌀 과잉 기조가 정착돼 쌀값이 현재보다 8% 이상 낮은 17만원(80㎏) 초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국가적 과제인 식량안보도 물 건너간다. 안 그래도 남아도는 쌀 생산만 늘고 수입에 의존하는 밀·콩 재배율은 정체할 게 뻔해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7년 전체 식량자급률을 44.4%(2021년 기준)에서 55.5%로 올린다는 목표 아래 밀 1.1%, 콩 25% 수준인 자급률을 각각 7.9%, 40%로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쌀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2027년 자급률은 밀 4.0%, 콩 26.4%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자당 출신 무소속인 윤미향 의원을 끌어들여 의결정족수를 채우는 꼼수까지 동원해 양곡법 개정안을 직회부했다. 농민표를 노린 ‘표(票)퓰리즘’에만 혈안이 돼 우리 농업을 죽인다는 농민단체 호소와 한 해 1조원이 넘는 국민 부담은 아랑곳하지 않는 무책임의 극치다.
양곡법 개정안이 ‘농업파탄법’이 될 것이란 사실은 자명하다. 야당은 미래 농업을 망치는 개악안을 당장 멈춰야 한다. 그래도 강행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농식품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시사한 대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