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 6일 오후 3시26분
DB그룹 지분구도에 ‘이상기류’가 생겼다. 불미스러운 일로 장남에게 경영권을 넘겨줬던 김준기 전 회장(사진)이 작년 말 지주사 지분을 다시 늘리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경영권 승계에 역행하는 모습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29일 DB김준기문화재단이 보유한 DB Inc(DB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주식 864만4280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전량 취득했다. 지분율 4.3%에 해당하는 규모로 김 전 회장은 15.91%에 달하는 지분을 갖게 됐다. 장남인 김남호 DB 회장(16.83%)과의 격차를 크게 줄였다.
지난해 8월 부회장으로 선임된 김 회장의 누나 김주원 DB 부회장의 지분율은 9.87%다. 김 전 회장과 김 부회장 연합(25.78%)을 가정하면 김 회장 지분보다 8.95%포인트 더 많다.
DB그룹은 “지난달 30일부터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으로 문화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DB Inc 지분의 의결권이 제한돼 안정적 경영권 유지 차원에서 29일 인수를 마쳤다”는 입장이다. 경영계에선 인수 주체가 김 회장이 아니라 김 전 회장인 점을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비서를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돼 회장직을 내려놨다. 2019년엔 가사도우미 성폭행 혐의로 긴급 체포된 후 구속 송치, 2020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2021년 DB Inc, DB하이텍에 미등기임원(경영자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DB하이텍 경영자문역을 맡으며 2021년 18억4500만원, 작년 상반기 14억25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이 그룹 내 영향력을 다시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장직 복귀까지 거론된다. 올해 79세인 김 전 회장의 나이를 고려할 때 회장직 복귀는 현실성이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은/차준호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