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 조성사업(조감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그룹이 사업 초기부터 난관에 직면했다. 경기 악화로 자금 조달 여건이 나빠진 데다 추가 사업비가 소요되는 돔야구장 건립과 공공성 확보라는 악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해 3월부터 서울시와 실시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 작년 11월 한화건설이 ㈜한화와 합병된 후 ㈜한화 건설부문이 협상을 맡고 있다. 한 차례 대표협상단 회의를 한 데 이어 전시·컨벤션 및 야구장 건설을 위한 분과 협상을 11회 열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애초 올 상반기로 계획했던 실시협약 체결 시점이 올해 말로 늦춰졌다. 이 때문에 올해 하반기로 예정됐던 착공 시점도 내년 12월로 1년 이상 지연됐다.
한화 관계자는 “다수 주체가 연관돼 있어 일정이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양측 간 이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가 사업을 따내기 위해 수익률을 무리하게 낮췄다는 평가가 있는 상황에서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잠실 마이스 사업은 잠실운동장 일대 부지를 전시·컨벤션시설, 야구장과 호텔, 상업·업무시설 등 복합시설로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사업비는 2조1672억원이다. 시행자가 사업비를 전액 부담하고, 40년간 운영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추진된다. 한화는 2021년 12월 서울시 주관으로 진행된 입찰에서 한국무역협회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시 관계자는 “한화가 부의 재정지원 항목에서 굉장히 좋은 조건을 써낸 것이 결정적 원인”이라고 밝혔다. 부의 재정지원은 민간 사업자가 주무관청에 공공성 확보를 명목으로 내야 하는 돈이다. 사업자가 운영기간에 얻는 세후 수익률을 낮출수록 이 금액은 늘어난다. 무협은 연 5%대 중반을 써낸 데 비해 한화는 연 3~4%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익률대로라면 한화가 서울시에 내야 할 돈은 1조원대 중반으로 전망된다.
후발 주자였던 한화는 최고경영진의 결단으로 과감한 베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입찰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자금 조달 여건 등 외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약속한 돔야구장 건립도 고민거리다. 한화 사업 제안서엔 1600억원을 들여 개방형 구장으로 건립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돔구장을 지으면 40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고스란히 한화가 부담해야 한다. 더욱이 서울시는 전시·컨벤션 시설의 공공성을 앞세워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화는 전시·컨벤션 시설 등을 통해 수익을 내겠다는 계획이었다.
서울시는 한화가 사업의 큰 틀을 바꾸자고 요구할 것에 대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시 관계자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법적 절차까지 염두에 둔 종합대책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