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직후 대부분 국가는 패전국인 독일이 ‘재기불능’일 것으로 봤다. 전쟁을 거치면서 산업시설이 파괴되고, 국가 자본도 메말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예측이 무색하게 서독은 1950년대 들어서 급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뤘다. 이른바 ‘라인강의 기적’이다.
그 중심에는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총리의 시장경제 정책이 있었다. 그는 소득세 감면, 가격통제 철폐 등의 정책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했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이 이런 에르하르트 총리의 기조와 비슷하다고 분석한다. 저성장, 양극화 심화 등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의 처방을 ‘자유’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민 교수가 최근 펴낸 <자유를 통한 한국경제 읽기>는 경제학에서의 자유주의는 무엇인지, 현실 정책에서 자유주의가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그가 한국경제신문에 10년 가까이 실은 다산칼럼과 대학지성 인앤드아웃(In&Out)에 발표한 논설 가운데 일부를 엄선했다. 경제정책에 있어서 자유는 무엇일까. 민 교수의 답은 간단하다. 그는 “특정한 사회적 목표를 위한 수단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유가 분배, 복지, 성장 등 특정한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순간 진정한 자유주의는 실현될 수 없다. 자유는 그 자체로 목표가 돼야 한다. 저자는 “시장은 정부보다 똑똑하고, 시장의 자생적 질서가 이런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자유주의에 대한 오해에 관해서도 반박한다. 흔히 자유주의가 경제적 불평등을 방임한다고 생각하지만, 기업가의 경쟁을 촉진하는 자유주의는 혁신과 모방경쟁을 통해 불평등을 개선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저자는 “기업가적 경쟁은 경쟁자들이 기존의 부자를 추격·추월하는 과정”이라며 “이 과정에서 기존의 부자가 누리던 이윤이 경쟁자들에게 이전된다”고 말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