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아령을 드는 상상만으로도 실제 근육이 커졌다는데

입력 2023-01-06 17:19
수정 2023-01-07 00:56
1970년대 미국 하버드대에서 시행한 한 심리학 실험. 70~80대 노인 참가자들에게 ‘20년 전으로 돌아가 50~60대처럼 생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결과는 놀라웠다. 불과 1주일 만에 그들의 정신적·신체적 생활 패턴이 마치 2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효과가 나온 것이다.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개인의 기대가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실험이다.

과학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롭슨은 최신 심리학 연구 결과들을 담은 신간 <기대의 발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면 진짜 그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기대 효과’를 설명한다. 롭슨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뒤 BBC에서 심리학·신경과학·의학 전문기자로 활동했다.

기대 효과의 가장 유명한 사례는 ‘플라시보 효과’(위약 효과)다. 가짜 약을 복용해도 환자의 심리적 요인으로 병세가 나아지는 현상이다. 놀라운 건 가짜 약인 것을 미리 알고 약을 복용하더라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플라시보 효과가 무엇인지를 잘 아는 환자군일수록 임상시험에서 진짜 약의 효과만큼 위약의 효과가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부정적인 기대 역시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한 실험에서 자신이 다른 동년배에 비해 심장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믿은 참가자들은 실제로 20년 뒤에 심장마비로 사망할 확률이 네 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 효과는 우리의 신체적 한계를 결정하기도 한다. 2000년대 후반 사이클 선수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실험 결과, 인간은 근육에 쌓인 피로감이 아니라 뇌가 정한 운동량의 한계에 따라 피로감을 느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머릿속으로 물건을 드는 상상을 하자 실제로도 전완근의 힘이 향상된 실험 결과도 있다.

다만 이 책은 ‘생각하는 대로 반드시 이뤄진다’는 유사과학을 설파하진 않는다. 저자는 책에서 기대가 엄청난 힘을 가진 것은 맞지만, 기대만 한다고 해서 소망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역시 강조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