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꺼리는 美 기업 임원…"아직 저점 아니다"

입력 2023-01-06 15:49
수정 2023-02-0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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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뉴욕증시가 약세장에 접어들었지만, 상장기업 임원들은 자사주 매입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주가가 바닥을 찍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부자의 자사주 매입 동향을 추적하는 ‘인사이더 센티먼트를 인용해 기업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사이더 센티먼트 지수는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 지수는 기업 임원들이 3개월간 자사주를 순매수한 자사주와 순매도한 자사주의 비율을 뜻한다. 순매수 기업이 많을수록 지수가 상승한다.

지난해 6월 인사이더 센티먼트 지수는 0.357을 기록한 뒤 계속 하락했다. 지난달에는 0.278까지 내려앉았다.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고 매도하는 거래가 더 빈번했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의 자사주 매입은 해당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기업 내부자들이 미래 실적을 낙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업 내부자들이 시장 상황을 비관적으로 전망한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S&P500 지수가 20% 내려앉았지만, 올해 경기침체와 미 중앙은행(Fed)의 매파적 기조가 맞물려 주가가 더 내려갈 거란 설명이다.

WSJ은 “하락장에서 내부자들이 자사주를 매수하지 않았다는 건 그들이 아직 주가가 바닥을 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네잣 세이훈 미시건대 교수는 “주가가 이토록 하락했는데도 자사주 매입이 저조하다는 점을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자사주를 대량 매입한 대표적인 임원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로 확인됐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30억 달러(약 29조 3000억원)의 테슬라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의 상속자 롭 월튼을 비롯해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공동창업자 조 게비아 등도 보유 주식 일부를 처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