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대표적인 대단지 '헬리오시티' 전용 84㎡ 가격이 16억원까지 밀려났다. 실거래가가 지속 하락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바닥을 찍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헬리오시티 전용 84㎡가 16억원(34층)에 거래됐다. 선호도가 높은 고층 매물이지만, 같은 시기 거래된 사례들과 비교하면 가격이 1억원가량 낮다.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록된 지난달 헬리오시티 전용 84㎡ 매매이력은 이날 기준 17억6500만원(19층), 16억원(34층), 17억5000만원(29층), 17억5000만원(7층), 16억5000만원(23층) 등 5건이다. 이 아파트 전용 84㎡가 16억원에 거래된 것은 직거래를 제외하면 2년 6개월 전인 2020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실거래 가운데 가장 저렴하면서 층수도 높다.
선호도 높은 고층 매물이 16억원에 거래되면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집값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고층 실거래가가 16억원을 기록한 만큼 중저층 매물은 그보다 낮은 가격이 아니라면 매수세가 붙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일선 중개사들은 "급매물이 거의 소진됐다"며 추가 하락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개업 중개사는 "지난달 말부터 16억원대 매물은 거의 소진됐다"며 "지난달만 하더라도 가격을 매수자에게 맞추겠다는 집주인이 많았지만, 지금은 18억원 아래로 매물을 내놓으려는 경우가 드물다. 한 달 사이 분위기가 급변했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반전된 배경은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3년 경제정책 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통해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위한 다양한 규제 완화 방안을 공개했다. 2023년 5월까지로 예정됐던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를 1년 연장했고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도 완화했다. 지난 5일에는 서울 전역과 과천, 성남(분당·수정구), 하남, 광명시 등 경기 4개 시에 걸쳐있던 규제지역도 강남 3구와 용산만 남기고 모두 해제했다.
헬리오시티가 위치한 송파구는 지난 5일 규제지역 해제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양도세 중과 배제 1년 연장과 3주택 4%, 4주택 6% 등 취득세율 인하 등의 혜택을 적용받는다. 1주택자도 10년간 실거주하면 양도세를 최대 80% 감면해주는 장기보유 특별공제(장특공제)가 적용된다.
추후 규제지역에서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한 개업 중개사는 "강남 3구라고 말하지만 송파구는 그간 집값이 많이 내렸다"며 "정부 기조를 볼 때 송파구도 규제지역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세금 부담이 줄어들고 규제 완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급매물도 사라지는 추세다. 일선 중개사들에 따르면 헬리오시티 전용 84㎡ 매물 호가는 16억5000만원부터 시작된다. 다만 지난달 거래된 고층과 달리 선호도가 낮은 저층 위주다. 30층 대 고층 호가는 17억원 후반~18억원 수준이 됐다는 설명이다.
단지 내 개업 중개사는 "헬리오시티는 다주택자가 많다"며 "세금 부담이 줄어드니 급매물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 집주인들이 저가 매물을 다 거둬들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대로 가격이 낮아지면서 매수세가 붙었다. 중개사무소마다 매수자들이 10명 이상씩 기다리고 있다"며 "가격이 더 낮아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이 무릎 수준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급매물이 이어지며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개업 중개사는 "매수자들은 가장 낮은 실거래가만 보고 매물을 찾지 않느냐"며 "지금 당장은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거두고 있지만, 매수자들에게는 16억원이 새로운 가격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헬리오시티의 경우 가구 수가 9510가구에 달하는 대단지"라며 "대단지일수록 간헐적으로 급매물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