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에서 3년 만에 '콘셉트카'를 들고 돌아왔다. 전자업체로 한 시대를 풍미한 소니가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인데, 반응이 3년 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소니는 이번 'CES 2023'에서 TV 등 전자기기를 앞세우는 대신 전기 콘셉트카 '아필라'(AFEELA) 를 공개했다. IT 전문매체 더 버지는 "CES는 여전히 대형 TV에 대한 쇼지만, 점점 더 미래의 교통수단에 초점을 맞춘 행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0년 CES서 처음 발표한 '소니카'소니는 3년 전인 2020 CES에서도 전기 세단 콘셉트카 '비전-S'를 공개했었다. 당시만 해도 소니가 콘셉트카를 공개했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실제 소니가 전기차를 양산할 것이라고는 단언하지 못했다. 현실성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전기차의 특성상 전자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기술에서는 소니가 강점을 지닐 수 있지만, 전통적으로 자동차를 제조하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단기간에 전기차를 양산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그랬던 소니가 완성차 업체 혼다와 손 잡고 '소니 혼다 모빌리티' 합작회사를 세웠다. 실제 차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뜻이다.
소니는 전장 시스템과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개발에 주력하고 혼다는 제조, 판매, 사후서비스(AS)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소니로서는 3년 전 소니가 그린 '소니카'의 구체적 그림을 혼다와의 협력을 통해 실현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
구체적 양산 계획도 발표했다. 소니 혼다 모빌리티는 2025년 사전 계약을 시작해 2026년 북미를 시작으로 고객들에게 자동차를 인도할 계획이다.
소니와 혼다의 협력을 두고 내연기관차 시대와는 다르게 테크 기업들이 전기차 시대를 주도하면서 전통적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이 더욱 많아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미래 차 부품 및 서비스 수요에 주목하는 IT 기업과 차량용 소프트웨어, 고객 경험 차별화와 중요성을 절감하는 레거시 완성차 기업의 현재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풀이했다.
소니 혼다 모빌리티의 첫 전기차 '아필라'소니 혼다 모빌리티의 아필라가 아직 콘셉트카인 만큼 대한 정확한 스펙은 지금까지 밝혀진 바 없다. 다만 소니 혼다 모빌리티는 이번 CES에서 모빌리티를 '움직이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퀄컴과 협업해 미래형 자동차 플랫폼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를 적용, 클라우드, 5G(5세대 이동통신), 와이파이, GPS, 주행 보조 기능 등 다양한 첨단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다. 레벨3의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 45개의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도 장착해 운전자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독특한 점은 게임 '포트나이트'로 유명한 미국 게임사 에픽게임즈와 협업한다는 것. 아필라의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앞서 소니는 혼다와 합작사를 만들 당시 전기차에서 영화나 비디오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더 버지는 "아필라는 메르세데스 벤츠, BMW, 볼보, 아우디와 같은 다른 프리미엄 자동차 제조업체와 경쟁할 수 있도록 가격이 책정될 것"이라며 "자동차의 특정 소프트웨어 기능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구독 서비스와 같은 방식으로 월 사용료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