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다이어리와 가계부 등 아날로그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MZ(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갓생(신을 뜻하는 god과 인생의 生의 합성어·부지런하고 타인의 모범이 되는 삶)' 문화와 아날로그 선호 경향이 확산하면서 자기 관리를 위해 관련 상품 구매에 나서는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다이어리·스터디 플래너 등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급증했다. 위메프에서 지난달 15일부터 31일까지 스터디 플래너와 신년 다이어리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27%, 18% 늘어났다. G마켓에서는 지난달 1~27일 가계부 매출이 69% 뛴 것을 비롯해 캘린더와 다이어리 매출이 각각 50%, 47% 급증했다.
고물가 속 경제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젊은이들이 지출 관리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해 소비 지출 감소에 도전한다는 직장인 김모씨(28)는 가계부를 구입했다. 그는 "올해에는 전년보다 더 지출 내역을 꼼꼼히 확인해 소비를 줄여 가려 한다"면서 "확실히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보다 종이 가계부로 기록하면 소비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기 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박모씨(34)도 가계부를 구입했다며 "올해 경기도 어렵다고 하고, 긴축 모드에 들어가기 위해 일정 관리, 가계부 관리를 철저히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MZ세대 사이에 번진 '아날로그 열풍'도 한몫하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대신 종이 다이어리가 갓생 살기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강남역 교보문고에서 다이어리를 구매했다는 대학생 이모씨(25)는 "원래는 블로그로 일상 기록을 하고 목표를 세웠는데 앱은 성취감이 덜했다"면서 "확실히 손으로 직접 목표를 작성하고 하루를 기록하는 게 더 열심히 계획하고 사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최근 고물가와 고금리 등으로 젊은 세대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 젊은층의 '갓생' 트렌드가 한층 확대되는 분위기다. 생활공간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가 지난 12월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300명 중 91.3%가 올해 갓생 살기에 도전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6.3% 늘어난 수치다.
김헌덕 대중문화평론가는 "종이 다이어리에 어떤 목표와 기록을 채운다는 것은 매우 큰 통제감과 성취감을 준다"면서 "디지털 환경 보다는 직접 펜을 들고 작성해 기록하는 것이 MZ세대에게 '갓생' 살기를 위한 원동력과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