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파티원 모집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제목의 글이 종종 올라옵니다. '파티원'이란 넷플릭스 계정을 공유받는 사람을 뜻합니다. 파티원을 모집하는 글 작성자는 '파티장'이라고 불립니다. 파티장은 월 1만7000원짜리 넷플릭스 프리미엄 계정을 만든 뒤 세 사람을 모아 그룹을 만듭니다. 이렇게 모인 네 명은 한 달에 각각 4250원씩만 내면 넷플릭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파티가 곧 끝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올해부터 동거 가족이 아닌 이용자들의 계정 공유를 막기로 했습니다. 타인과 비밀번호를 공유하려면 추가 요금을 부과하겠다는 건데요. 지난해 3월부터 칠레 등 남미 일부 국가에서 시범 운영 중인 방안인데, 이를 올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국내 도입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광고형 요금제가 다른 나라들과 함께 동일하게 적용된 걸 보면 한국도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국내에도 계정 공유 수수료가 붙는다면 파티원들은 내년 공개될 '오징어게임2'를 보기 위해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혼란스러운 건 경영진의 '변심'에 있습니다. 넷플릭스 창업자이자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2016년 "비밀번호 공유는 문제 될 일이 아니며 신규 유료 사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넷플릭스 공식 트위터 역시 2017년 3월 "사랑은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것"(Love is sharing a password.)"이라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죠.
변곡점은 지난해 초였습니다. 넷플릭스의 사상 첫 구독자 감소가 발생한 시기죠. 헤이스팅스 CEO는 임원 회의에서 "계정 공유 문제를 다루기 위해 꽤 오랜 시간 기다려왔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비밀번호 공유를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건데요. 6년 전과 정반대 입장을 내놓은 셈입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넷플릭스 계정 비밀번호를 공유하던 시대가 종말을 맞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파티원들의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넷플릭스에 남거나, 떠나는 것. 국내 투자자들도 여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들의 향방에 따라 수혜주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남는 선택을 한다면 현재 가장 저렴한 요금제인 '광고형 베이식(월 5500원)'의 이용자 증가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계정 공유를 할 때보다 1250원만 더 내면 됩니다. 증권업계는 넷플릭스가 단일 상품인 광고형 요금제를 확대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다양한 상품으로 저가 이용 수요를 끌어들인다는 거죠. KB증권은 "넷플릭스가 비즈니스 모델을 B2C에서 B2B로 넓히기 위해 광고 부문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넷플릭스 광고 대행을 독점하는 나스미디어 수주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용자들이 구독 해지에 나선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실제로 이러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넷플릭스 구독자 10명 중 4명은 계정 공유 과금 정책이 시행되면 서비스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국내 OTT 업계는 반사 이익을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국내 OTT는 현재로서는 계정 공유 과금 도입을 검토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후발주자인 경쟁 OTT는 넷플릭스를 따라잡기 위해 콘텐츠를 확충하며 경쟁력을 높였다"며 "넷플릭스 비밀번호 공유 금지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티빙을 자회사로 둔 CJ ENM을 수혜주로 꼽았습니다.
박병준 기자 r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