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축하해준다는 명분으로 알고 지내던 20대 청년에게 화상을 입힌 또래들이 초범이라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분을 받은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5일 SBS 보도에 따르면 2020년 7월 15일 밤 11시께 당시 피해자 박모 씨(당시 22세)와 알고 지낸 지 한두 달가량 된 또래 청년들이 '생일을 축하해주겠다'며 박 씨를 찾아왔다.
이들은 어머니가 운영하던 노래방에서 일을 돕고 있던 박 씨에게 두건을 씌운 뒤, 양팔을 붙잡고 강제로 차에 태워 인적이 없는 어두운 공터로 끌고 갔다.
가해자들은 박 씨 주변을 에워싸고 테이프로 결박했다. 이후 박 씨 주변에는 휘발유가 뿌려졌고, 양 무릎에는 폭죽이 올려진 채 불이 붙여졌다.
폭죽의 불꽃이 휘발유에 떨어지면서 불은 박 씨에게 옮겨붙었다. 박 씨는 "너무 뜨겁고 아프고 고통스러워서 (땅에) 자빠졌다. 가해자들은 묶여 있는 사람을 보고 그냥 구르라고 하더라"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냥 계속 타고 있었다.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다"라며 "제발 119 좀 불러달라고 했더니, 가해자들이 (여기는) 음산해서 구급차가 쉽게 찾아오지 못한다"는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박 씨는 전신 40%, 3도 화상의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초범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박 씨 어머니는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을 원했지만, 감당 못할 치료비에 합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박 씨 어머니는 "검사 말이 어차피 내가 합의해도 집행유예, 안 해도 집행유예라고 하더라"라며 "그러면 치료비를 아예 못 받지 않나.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박 씨는 피부 이식 수술에 재건 치료 등 현재까지 들어간 치료비만 합의금의 두 배를 넘은 1억여원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치료비라도 해달라고 요구했더니, (가해자 부모가) 본인 애들은 돈이 없다고 이야기했다"라며 분노했다.
박 씨 측은 현재 민사소송을 추가로 제기한 상황이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