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잦은 타워크레인 검사는)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입니다. 검사 제도를 개선할 방법을 찾으세요.”
지난해 8월 열린 중소기업 규제개혁 간담회에서 “잦은 검사 주기(6개월)를 1년으로 완화해달라”는 타워크레인업계의 요구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관련 부처에 검토를 지시했다. 실제로는 얼마나 개선됐을까. 바뀐 것은 전혀 없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한 달 뒤인 9월 “안전 검사 주기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업계 건의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규제 개혁’ 캐치프레이즈에도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하나도 개선된 것이 없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부처별로 개혁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되려 까다로운 조건을 내거는 등 ‘혹을 붙이는’ 사례가 잇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워크레인 규제만 해도 “검사 일정에 따라 모든 타워크레인 공정을 한꺼번에 맞추려다 보니 중대 사고가 잦아졌다”는 현장 목소리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관료주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오히려 규제 완화를 명목으로 규제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만 늘리려는 ‘파킨슨의 법칙’이 재연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한상길 한국타워크레인임대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국토부가 검사 소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논리로 산하 검사기관의 공단화를 통한 조직 확대를 검토했다”며 “규제 완화를 명분 삼아 퇴직 공무원의 일자리만 늘리려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가 검사·인증기관의 규모와 인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중소기업 현장에서 규제가 개선되기는커녕 ‘개악(改惡)’이 만연한 현상을 지적하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