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30분 대기가 기본이었는데, 요즘은 식당에 손님이 없습니다.”(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인근 A음식점 사장)
경기 수원·용인·이천·화성, 충북 청주 등 ‘반도체 벨트’에 속한 지방자치단체가 ‘반도체 쇼크’에 직면했다. 지난 4일 찾은 용인 이천 화성 등 반도체 사업장 인근 상업지구는 썰렁한 모습이었다. ‘연초 성수기’란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성과급이 대폭 깎인 반도체기업 임직원들이 회식, 외식 등을 자제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앞 사거리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작년만 해도 점심시간이면 직원들로 줄이 길게 늘어섰는데 요즘은 가게가 텅텅 빈 날도 많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폐점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사업장이 있는 지자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직원들이 주로 찾는 망포역 먹자골목과 영통역 부근 상권은 저녁 시간임에도 조용했다.
반도체 불황은 지방 재정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본사와 공장이 있는 지자체 예산과엔 비상이 걸렸다. 올해 반도체기업들이 납부할 ‘법인지방소득세’가 지난해 대비 많게는 5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법인지방소득세는 기업이 전년 실적 기준 과세표준의 1.0~2.5%를 사업장이 있는 지자체에 나눠서 내는 지방세다. 지자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20% 수준이다.
이천시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2022억원 상당 법인지방소득세를 납부한 SK하이닉스가 올해는 1000억원 미만의 세금을 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천시 관계자는 “지난해 9월에 마련한 올해 본예산안을 백지화하고 전면 재검토 중”이라고 했다.
법인지방소득세 중 반도체기업 비중이 50~70%에 달하는 수원 용인 화성 등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흔들리면 지역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의 실적도 나빠지고 이는 법인지방소득세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진짜 문제는 내년 예산”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도체 업황이 올해도 하향곡선을 이어갈 전망이어서 올해 실적 기준으로 책정되는 내년 법인지방소득세는 더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수원·용인·이천=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