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재고만 68兆…삼성·LG '가전 땡처리'

입력 2023-01-05 18:06
수정 2023-01-13 19:03
국내 가전업계가 글로벌 경기 불황 여파로 유례없는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전 수요가 급감하면서 창고에 쌓이는 재고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 탓이다.

5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한국의 가전제품 수출은 4억3737만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해 1월(11억7687만달러)과 비교하면 42.3% 수준이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수출 실적이 반 토막 난 셈이다.

그간 국내 가전 수출을 견인해 온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부진이 그대로 반영된 여파다. 문제는 창고에 쌓여가는 재고를 털어낼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57조31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6% 급증했다. LG전자는 11조2701억원으로 같은 기간 12% 늘어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전업체는 연초부터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대대적인 할인 공세에 나섰다. 전자랜드와 롯데하이마트는 이달 31일까지 일정 금액 이상의 제품을 구매하면 포인트 혜택을 증정하는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12일까지 ‘삼성전자 세일 페스타’를 진행한다. QLED TV와 비스포크 그랑데 AI 세탁기 건조기, 양문형 냉장고 등 인기 제품을 90만원대 특별가로 판매한다.

상대적으로 재정 상황이 열악한 중소업체는 생사의 갈림길에 몰렸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위니아와 신일전자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적자로 돌아섰다. SK매직과 위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3.9%, 89.1% 급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