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해 12월 12일부터 16일까지 대만 교육부 초청으로 대만 교육부와 한국의 전문대학 격인 과학기술대학 네 곳을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학교 시설과 학생들의 실습 시스템은 한국의 고등직업교육이 더 낫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전체적 체계와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국가 지원 시스템은 대만이 우리를 앞서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 가지 면에서 그렇다.
첫 번째는 고등직업교육 분야에 대한 국가 정책과 지원 시스템이다. 올해 발의를 앞둔 우리의 직업교육법에 앞서 대만은 2015년 기술직업교육법을 제정했다. 기술직업교육법은 2년마다 교육부 노동부 경제부 국가발전위원회가 참여해 고등직업교육 분야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결과를 공개하게 하는 등 국가 전 행정시스템이 이를 지원하고 있다. 대만 교육부와 4개 과학기술대학을 방문하면서 느낀 점도 그렇다.
대만의 대학은 148개 중 우리 전문대학에 속하는 과학기술대학과 단기 기술대학이 80개이고, 일반대학은 68개다. 과학기술대학은 일반대학과 다른 차원에서 현장 중심의 석·박사 과정도 운영한다. 필자가 만난 거쯔샹 룽화과학기술대 총장은 “과학기술대학의 강점은 ‘기업과 지역 그리고 학교가 협업하는 현장 중심 학교 운영’에 있다. 그 결과 이번에만 졸업생 60여 명이 TSMC에 취업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외국인 유학생 정책 변화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대만 정부뿐만 아니라 유치한 대학에서도 재정적 지원을 해 준다. 외국인에게 국가 세금을 쓸 수 없다는 한국 정책과의 시각차를 느낄 수 있었다.
두 가지를 정부에 건의하고 싶다. 첫 번째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직업교육법의 입법이다. 직업교육법 제정을 통해 국가와 지역사회가 고등직업교육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재처럼 4년제 일반대-전문대학의 수직적 대학 운영 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청소년이 진로를 정하는 데 있어 사회적 편견 없이 자신의 전공과 대학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기에 직업교육법 제정에 기대를 하게 된다.
두 번째는 전문대학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대한 관점 변화다. 현재 우리는 전문대학이 뿌리산업, 조선업 등 국가 기초산업에 기여하는 외국인을 유치해 교육하고 있다. 2022년 12월 시행된 지역특화비자제도는 전문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이 인구 감소 지역에 정주하면서 생산인력을 대체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국 교육 시스템을 경험한 외국인 근로자를 양성하는 일은 전문대학에 주어진 또 하나의 역할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