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우려에도 미국 노동시장에선 여전히 1000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의 열기가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4일(현지시간)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지난해 12월 회의 의사록은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없음을 다시 한번 시사했다. 금리를 높게 유지하겠다는 자신들의 의지를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경고도 담겼다. 여전히 견조한 노동시장
미국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11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의 구인건수는 1045만 건으로 집계됐다. 10월 1051만 건보다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의 추정치 1000만 건을 훨씬 웃돌았다. 2001년 집계를 시작한 미국의 구인건수는 2021년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은 이후 고공행진 중이다.
자발적 퇴직자는 전월보다 12만6000명 늘어난 417만 명을 기록했다. 역대 최장기인 18개월 연속 400만 명을 넘었다. 자발적 퇴직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더 높은 급여와 혜택을 제공하는 다른 일자리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Fed가 주목하는 실업자 한 명당 구인건수 배율도 전월과 동일한 1.7배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1.2배)을 크게 웃돌았다. 구인건수 배율은 실업자 한 명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 수를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긴축 기조 재확인한 FedFed가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졌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도 노동시장이 버티고 있다는 수치가 지속해서 제시돼서다. 특히 인건비 비중이 큰 서비스 부문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열기가 가라앉지 않으면 피벗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월 FOMC 회의록에서도 Fed의 긴축 의지는 재확인됐다. 의사록에 따르면 19명의 FOMC 위원 가운데 2023년 중 금리 인하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 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회의 참석자들은 “금리 정책 기조에 대한 대중의 오해로 금융 여건이 부적절하게 완화되면 물가 안정을 복원하려는 노력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벗을 예상하는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일부 참석자는 경기 침체 우려에도 물가 상승률 목표치가 2%에 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OMC 투표권을 가진 닐 캐시캐리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올해 상반기 기준금리가 현재(연 4.5%)보다 1%포인트가량 높은 연 5.4%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캐시캐리 총재는 가장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이라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다음 FOMC 회의는 이달 31일에서 내달 1일까지 열린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는 Fed의 긴축 의지를 재확인했음에도 소폭 올랐다. Fed가 경기 침체 상황을 외면하지 못할 것이란 기대가 여전해서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33.40포인트(0.40%) 오른 33,269.77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28.83포인트(0.75%) 상승한 3852.97로, 나스닥지수는 71.78포인트(0.69%) 뛴 10,458.76으로 장을 마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