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총선 승리를 이끌 사람 누굽니까” “윤상현! 윤상현!”
5일 경북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입구에 5500여명(경찰 추산)의 인파가 모였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당대표 출정식을 보기 위해 모인 지지자들이었다. 이들은 ‘당대표는 윤상현 뿐이다’, ‘윤상현을 당대표로’라고 적힌 붉은 플래카드를 든 채 윤 의원을 환호했다. 무대에 선 윤 의원은 “수도권 싸움에 능한 저 윤상현과 함께 박정희 정신으로 수도권으로 진격하자”고 호소했다.
윤 의원이 이날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다. 구미는 윤 의원과 가까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윤 의원은 ‘진박(박근혜)’으로 불릴 정도로 친박계 핵심 인사였다. 윤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은 무에서 유를 창조했고 새로운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박정희 정신은 혁신 그 자체”라며 “그 정신을 상기하려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산업화 세대인 70대 이상과 영남권 당심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인천에서 4선을 한 윤 의원은 수도권 확장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당대표 수도권 출마론’을 꺼내며 영남 등에 지역구를 둔 당권주자를 견제하고 있다.
윤 의원은 이날도 수도권 경쟁력을 강조했다. 윤 의원은 "현재 우리 국민의힘의 수도권 의석수 현황은 초라하기 그지없다"며 "한 마디로 우리 당은 이제 영남권 자민련"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 지도부를 전원 수도권인 민주당에 맞설 수 있는 국민의힘으로 만들어달라"며 "국민의힘이 낙동강 전선에서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수도권으로 진격할 것인지는 당원동지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연고 없는 인천 미추홀구에 멘땅에 헤딩하듯 들어와 낙선도 하고 수차례 공천탈락도 했지만 무소속으로 연속 당선됐다”며 “수도권에서 이길 수 있는 국민의힘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수도권 싸움에 능한 윤상현’, ‘수도권 최고의 전사’라고 표현했다. 윤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영남권에서 정치하는 것과 수도권 정치는 천지차이다. 수도권 민심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며 “민주당 지도부는 상당수 수도권 출신이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의 전략적 선택을 헤아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수도권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과의 연대 기류도 강해졌다. 이날 안 의원은 당권 주자 중 유일하게 윤 의원에게 영상 축사를 보냈다. 안 의원은 축사에서 “우리 당의 대표도 수도권에서 당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다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경쟁에 치우친 전당대회 판도를 수도권 총선 경쟁력으로 바꾸려는 두 사람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약점은 낮은 지지율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윤 의원 지지율은 1~2%대에 머물고 있다. 지지율 답보 상태가 유지되면 수도권 당권 주자인 안 의원, 나경원 전 의원과 단일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윤 의원은 “안 의원은 수도권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분”이라며 “다만 인위적으로 연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구미=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