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냈나"…제주도 무료 야영장 '알박기' 텐트 논란

입력 2023-01-05 16:19
수정 2023-01-05 16:20


제주 해수욕장의 야영장에서 이른바 '텐트 알박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텐트를 쳐두고 장기간 무단 방치하거나 필요할 때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서다.

5일 제주시에 따르면 오는 16일까지 협재와 금능해수욕장 야영장에 파손된 채 장기 방치된 텐트 7동을 자진 철거하지 않을 시, 강제 철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내용의 행정대집행을 위한 1차 계고는 시 홈페이지에 공고돼있다.

앞서 시는 지난해 12월 해당 파손 텐트에 자진 철거 계고장을 부착했다. 이에 같은 달 말까지 철거를 완료하도록 했으나, 텐트 소유자가 파악되지 않아 철거되지 못했다.

야영장은 1년 내내 선착순 무료로 운영되고 있으며 최대로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이에 텐트가 장기간 설치됐어도, 텐트 안에 이용자 또는 물건이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경우 강제 철거가 어렵다.

결국 텐트가 파손돼서 방치됐다고 판단될 때에서야 철거할 수 있다. 이 점을 악용해 좋은 자리에 텐트를 '알박기'를 한 뒤 필요할 때마다 가끔 들러 야영하는 이른바 '얌체 이용자들'이 늘어났다는 게 시 측의 설명이다.

야영장을 이용하는 도민과 관광객들의 불만이 날로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제주도 공식 온라인 홈페이지 '제주 자치도에 바란다', '관광불편민원접수'등에는 장기 방치 텐트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와 있는 상태다.

관광객 A씨는 "협재와 금능 해수욕장 야영장 내 알박기 텐트로 인한 미관상, 안전상 문제가 많다"며 "국제 관광지로 꼽히는 제주에 이 같은 흉물이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광객 B씨도 "텐트를 별장처럼 지어놓고는 자기들 내킬 때만 와서 놀다가는 장기 숙박(장박) 텐트로 다른 관광객들이 텐트 하나 펼 자리 없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특히 무너지고 쳐진 오래된 텐트는 경관까지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 인력을 배치해 장기 설치 텐트에 대해 현장에서 계도하고 있다"며 "이용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안내문을 부착해 자진 철거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행정대집행 대상이 눈에 띄게 파손된 일부 텐트에만 한정됐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시는 협재와 금능 해수욕장 야영장에 장기 방치된 텐트 30여개 중 눈에 띄게 파손된 텐트 7개에만 집행할 예정이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