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의 해운 계열사인 팬오션이 올해부터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국내 최대 벌크선사지만 LNG선 확대를 통해 벌크선 의존도를 낮추고 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팬오션은 5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17만4000CBM(큐빅미터)급 LNG운반선 명명식을 개최했다. 이날 명명식에는 안중호 팬오션 사장을 비롯해 포르투갈 에너지 종합기업인 GALP의 호드리고 빌라노바 부사장,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 등이 참석했다. GALP측 비즈니스 서비스 총괄인 애나 마르가리다 리마씨가 대모를 맡아 ‘NEW APEX(뉴에이펙스)’호로 이름 붙였다.
팬오션은 2020년부터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과 대형 LNG운반선 장기계약을 본격적으로 체결하기 시작했다. 작년 말까지 10척의 대형 LNG선 장기계약을 확보했다. 이날 명명된 뉴에이펙스호는 앞서 체결한 장기계약 중 첫 번째로 인도된 선박이다. 통상 14만CBM급 이상을 대형 LNG선으로 부른다.
팬오션은 이 선박을 GALP와 체결한 장기대선계약(TC)에 투입할 예정이다. 기간은 5년이다. GALP는 석유 및 천연가스 탐사·개발·생산·정제·판매 부문을 갖춘 종합 에너지 기업이다. 팬오션은 이번 장기계약을 통해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LNG 시장에서 추가 사업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66년 설립된 팬오션은 국내 최대 벌크선사다. 하림그룹이 2015년 인수했다.벌크선 분야 매출이 전체 매출의 70%에 달한다. 작년 3분기 기준 운용 중인 선단 267척 중 233척이 드라이벌크선이다. 나머지는 컨테이너선과 탱커선이다.
팬오션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벌크선 운임지표인 BDI(발틱운임지수) 상승에 힘입어 작년 3분기까지 6323억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올렸다. 2021년 한 해 올렸던 영업이익(5729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올해 벌크선 시장이 침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팬오션이 LNG선을 확대하는 것도 벌크선 의존도를 낮춰 선대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팬오션은 이날 뉴에이펙스호를 인도받은 데 이어 오는 5월엔 글로벌 석유 메이저기업인 쉘과 맺은 LNG선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내년에도 대형 LNG선 6척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안중호 팬오션 사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이번 선박을 통해 진입장벽이 높은 글로벌 LNG운송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