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 상승으로 대출 이자부담까지 늘면서 가계의 여윳돈이 감소했다. 허리띠를 졸라맨 가계는 금융시장 불안에 주식 비중을 줄이고 예금 비중을 늘리며 자산을 조정했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3분기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가계·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자금운용-자금조달) 규모는 26조5000억원으로 지난해(33조9000억원)보다 7조4000억원 줄었다.
이는 2021년 2분기 이후 5분기 만에 감소 전환한 것으로, 2021년 2분기(24조5000억원)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저치다.
순자금운용은 각 경제주체의 해당 기간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값으로, 쓸 수 있는 여유자금을 의미한다. 자금운용(-46조5000억원)이 자금조달(-39조2000억원)보다 더 크게 감소하면서 순자금운용 축소를 이끌었다.
가계 여유자금 중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의 저축성 예금 규모는 확대됐고 주식은 축소됐다. 3분기 가계 및 비용리단체의 저축성 예금은 전기대비 37조 늘어 전분기(19조7000억원) 보다 증가세가 확대됐고, 주식은 5조6000억원 늘어 전년(27조7000억원) 보다 축소됐다.
이에 따라 전체 가계 금융자산에서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분기 40.7%에서 지난해 3분기 43.6%로 늘어났다. 2년 6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주식 비중은 21%에서 17.9%로 감소하며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비금융 법인기업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순조달 규모가 61조7000억원으로 1년 전(26조4000억원)보다 35조3000억원 늘었다. 이는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많은 순조달액으로, 그만큼 기업이 많은 자금을 끌어 썼다는 의미다.
특히 금융기관 차입이 47조7000억원에서 57조7000억원으로 10조원이나 증가한 영향이 가장 컸다. 한국은행은 원자재 가격,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늘면서 기업들이 대출 중심으로 자금 조달 규모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