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시장의 전통 강자들이 변신했다. 캐논은 ‘CES 2023’에서 영화감독과 손잡고 영화 속 배경을 생생하게 구현하는 가상현실(VR) 기술을 선보인다. 니콘은 로봇 팔과 상어 피부 무늬를 활용해 산업 장비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주는 기술을 내놨다. 주력인 카메라 사업이 부진하자 광학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영화와 손잡은 캐논CES 2023 개막을 앞두고 3일(현지시간) 방문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 한 가운데의 캐논 부스에서는 커다란 오두막 설치 공사가 한창이었다. 오두막 근처에는 나무들을 배치해 숲을 구현했다.
숲 속 오두막은 다음달 북미에서 개봉하는 영화 ‘노크 앳 더 캐빈(knock at the Cabin)’의 배경이다. 영화 ‘식스센스’ 등을 연출한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으로 외딴 숲 속 오두막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물이다.
캐논 측은 “부스에 설치된 오두막 속에서 캐논의 카메라가 부착된 VR기기를 쓰면 실제 영화 속 배경으로 빠져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VR기기를 쓰면 영화 속 오두막에서 등장인물들과 소통할 수 있고, 방탈출 게임처럼 영화 스토리를 끝내기 위해 단서를 찾을 수도 있다.
캐논은 지난 CES 2022에서 VR 통화 기기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코코모를 선보였다. 캐논 제품이 탑재된 VR기기를 쓰고 영상통화를 하면 상대방이 실제 눈앞에 있는 것처럼 3차원 영상으로 구현됐다. 스마트폰의 진화로 카메라 시장이 사양길로 접어들자 캐논이 보유한 독보적인 광학 기술의 강점을 활용해 VR에 뛰어든 것이다. 올해는 영화로 한 걸음 더 나아간 VR 체험을 선보인다는 설명이다.
캐논은 CES 2023에서 오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협업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가즈토 케빈 오가와 캐논 미국 법인 대표와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직접 참석해 협업과정 등을 밝힌다.
캐논은 CES 기간 부스에서도 다양한 혁신 기술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스포츠 경기장을 영화 제작에 최적화된 시네마 EOS 시스템 기반의 4K 초고화질 카메라 100대 이상으로 촬영하는 비디오 시스템 ‘프리 뷰포인트’와 혼합현실(MR) 체험 시스템 ‘엠리얼’ 등이다. 지난해 캐논이 새로 출시한 미러리스 카메라 EOS R6 Mark II 등 신규 카메라 제품들도 선보인다.
니콘, 공기·물 마찰 줄이는 ‘상어 패턴’ 개발캐논 부스와 멀지 않은 곳에 설치된 니콘 부스 맨 앞에는 카메라가 아닌 로봇 팔이 설치돼 있었다. 사람의 시력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초소형 부품도 빠르게 식별해 처리할 수 있는 기계다. 니콘은 인간의 시력을 넘어서는 로봇 비전 시스템을 개발해 이 로봇 팔에 장착했다.
공중에 띄운 상어 모형은 ‘리블렛’ 기술을 상징한다. 리블렛은 상어의 피부에서 영감을 받은 기술로 레이저와 미세 공정을 통해 기계에 미세한 패턴을 새겨 물 등 액체와 기체의 마찰 손실을 최소화한다. 니콘 측은 “항공기와 풍력 터빈 날개(블레이드) 등 다양한 산업 장비의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논과 함께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침체를 겪는 니콘은 보유한 광학 기술을 첨단 산업 기술을 개발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 판매하던 산업용 레이저 거리측정기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캐논과 마찬가지로 가상현실 경험을 할 수 있는 시스템 ‘언리얼 라이드’도 선보인다. 참가자들이 거대한 LED(발광다이오드) 스크린을 배경으로 맞춤 제작한 미래형 오토바이에 앉으면 가상환경에서 실제 운전을 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