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동인구의 교육 수준은 세계 중진국 가운데 가장 낮습니다. 앞으로 10년 이상 중국 경제를 짓누르는 부담이 될 것입니다.”
스콧 로젤 미국 스탠퍼드대 중국경제센터 공동센터장은 최근 스탠퍼드대 국제연구소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중국은 교육 문제 때문에 중진국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고등학교 문턱조차 밟지 못한 5억여 명의 노동인구 때문에 선진 경제로 전환하려는 정부 노력이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UC버클리에서 경영학 학사, 코넬대에서 농업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중국의 경제 개발과 빈부격차를 40년 이상 연구한 학자다.
▷중국 부상이 정점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세계 중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교육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노동인구 교육이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문제를 잘 알지 못하고, 그 중요성도 간과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노동인구의 교육 수준이 낮은 국가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적이 없습니다.”
▷중국 노동인구의 교육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중국에선 15~64세에 해당하는 노동인구의 70%가 고등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습니다. 읽기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수학, 과학을 잘 알지 못합니다. 이런 인구가 중국에 5억 명이나 됩니다. 정부는 선진 경제 구조를 갖추고 싶어하지만 이 5억여 명이 고도화된 경제 안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그동안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나요.
“지금까지는 노동인구의 낮은 교육 수준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가난한 국가에서 중간 소득 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에선 단순히 읽고 쓸 줄 알고, 규율을 지킬 수 있는 좋은 근로자만 있으면 됐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그동안 초등교육만으로 좋은 생산직 근로자를 많이 양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화이트칼라나 전문직이 될 수는 없습니다.”
▷교육 격차가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나요.
“제조업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중국은 경제 구조를 고소득·고숙련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수억 명이 여전히 저소득·저숙련 분야에 방치돼 있죠. 유리창을 닦고, 목재를 자르고, 음식배달을 하는 단순 서비스업입니다. 문제는 양극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입니다. 엔지니어, 과학자, 수학자,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의 임금은 계속 상승하는 데 비해 단순직 근로자 급여는 되레 떨어지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실업도 심각해진 것 같습니다.
“중국 농촌 주민들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건강 상태도 열악합니다. 공공서비스도 제대로 누리지 못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죠. 여기에 농촌과 도시에서 모두 실업자가 늘면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도시지역 20~30대 인구의 10~20%가 실업 상태입니다. 500만 명에 달하는 도시 주민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어요. 농촌 지역에선 실업자가 1억~2억 명에 달합니다. 언제든 큰 사회 불안을 일으킬 수 있죠.”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한국이 중국처럼 중진국이던 시절 전체 노동인구의 70~80%가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약 40년 전 경제개발이 한창일 때 한국에선 공장에서 일하는 소녀들조차도 고등학교에 다녔습니다. 한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그런 공장 대부분이 중국으로 이전했죠. 여공들은 공장에서 화이트칼라 직업을 구하거나 회계 보조, 호텔 매니저 등으로 직업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고등학교 때 수학과 과학을 공부했고, 외국어를 배웠으며,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법을 익혔기 때문이죠. ”
▷계획경제의 한계를 언급하셨습니다.
“중국은 자국 시장을 억누르며 경제의 모든 것을 계획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말로 위험한 생각입니다. 부동산, 첨단기술 등 모든 경제부문을 해치고 있어요. 중국 경제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은 매우 빠르게 추락하고 있습니다. 첨단기술 기업은 근로자를 해고하고 있죠. 단순히 코로나19 때문일까요. 아니면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가 나빠져서거나, 정부의 계획경제 때문일까요. 나는 이 모든 것이 결합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중국 경제 규모는 거대합니다. 중국 경제가 붕괴하거나 정점을 찍고 후퇴한다면 세계가 충격을 받을 것입니다. 미국, 한국 어느 국가에도 좋은 일이 아니죠. 악화하도록 놔둬선 안 됩니다. 중국과 관련된 국가들이 한 발짝씩 물러서 터놓고 얘기해야 합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지도자들이 토론해야 문제를 풀어갈 수 있습니다.”
스탠퍼드(캘리포니아)=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