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일부 인기 위스키 제품 가격이 급격히 올라 ‘주당’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킹달러’ 현상이 주춤해진 이후 위스키 가격도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는데, 새해 벽두부터 가격 인상이 잇따르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불만이 제기된다.
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발베니, 맥캘란 등 인기 위스키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일부 제품은 ‘두 자릿수’ 인상률을 보였다. 롯데면세점 가격을 기준으로 ‘발베니 15 마데이라 캐스크(70cl)’가 130달러에서 156달러로 20.0% 올랐다. ‘맥캘란 퀘스트(100cl)’도 68달러에서 75달러로 10.2% 인상됐다.
윈저글로벌은 지난 3일부터 ‘윈저’와 W시리즈 일부 제품의 출고가가 상향 조정됐다. 윈저 21년산(500mL)은 7만7780원에서 9만200원으로 15.9%, W 19(450mL)는 3만8335원에서 4만4000원으로 14.7% 올랐다.
이 외에 윈저 블랙 17년산(450mL)은 4만337원에서 4만3560원(7.9%)으로, 윈저 12년산(500mL)도 2만4288원에서 2만6620원(9.6%)으로 인상됐다. 윈저글로벌 측은 가격 인상을 알리는 공문에서 “지난 수개월 동안 지속된 주요 원부자재 및 인건비 급등과 국제 물류비용 상승을 더는 감당하기 힘들다”며 “19년 이상 고연산 숙성 제품의 글로벌 수급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어 불가피하게 공급가를 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위스키 가격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위스키 소비는 늘었지만, 생산량은 이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 10년이 넘는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하는 위스키 원액의 특성상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생산량을 늘리기도 어렵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류 대란도 위스키 가격을 올리는 데 일조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물류비와 인건비 인상, 그리고 수요 증가에 따라 위스키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위스키 원액 제조사들도 최근 가격을 10~20% 인상해 제품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위스키값이 코로나19 창궐 후 지속해서 오른 데 이어 올해도 연초부터 상승세가 이어지자 소비자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위스키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진정돼 가격이 좀 내리나 했는데 또 올랐다”고 성토하는 글이 잇따랐다. 가격 인상 소식을 미리 접한 일부 소비자가 가격이 오르기 전에 위스키를 사재기하는 사례가 포착되기도 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