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를 대거 푼 ‘1·3 대책’ 발표에 서울 등 수도권에서 거래 활성화 기대가 살아나고 있다. 지역별 주택 수요 특징에 따라 규제 완화 내용 중 특정 대책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이전과 다른 특징이다. 갭투자(전세 낀 매매) 다주택자가 많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최근 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강동구, 실거주 의무 규정이 사라진 강남3구·용산구 등의 반응 포인트가 다른 모습이다.노도강 다주택, 강동은 수분양자 희색4일 업계에 따르면 ‘노도강’ 지역 공인중개사무소엔 끊겼던 전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노도강은 금리 인상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가파른 집값 하락세를 겪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노원구 아파트는 2021년엔 서울 지역 상승률 1위(9.83%)를 기록했다.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아파트값이 저렴한 노도강에 지난 2~3년간 갭투자 수요가 몰린 여파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지난해엔 하락률 -12.02%로, 25개 구 중 가장 많이 떨어지며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도봉구 하락률도 -11.08%에 달했다.
전날 정부가 사실상 모든 규제를 해제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들의 설명이다. 노원구 상계동의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갭투자로 집을 샀다가 내놨던 집주인 중 실거주하지 않았어도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느냐는 문의 전화가 가장 많았다”며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 다주택자 대상 양도세 중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기대와 문의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일대 중개업소에도 이날 오전부터 정부 규제 완화 수혜를 묻는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이번 정부의 ‘규제 완화 보따리’에 가장 큰 혜택을 본 지역 중 한 곳으로 서울 강동구가 꼽히고 있다. 신축 아파트에 걸려 있던 여러 족쇄가 풀리면서 당장 지난 3일 계약을 시작한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에 수혜가 집중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둔촌주공은 잠실 바로 옆에 있지만 강남 3구에서 벗어나 있어 이번에 규제 지역과 분양가 상한제 지역에서 모두 제외됐다. 국민 주택형인 전용면적 84㎡는 분양가가 12억3600만~13억2040만원으로 12억원을 웃돌아 중도금 대출이 불가했으나 대출 제한이 사라지면서 숨통이 트였다. 올림픽파크포레온 분양 관계자는 “규제 완화 발표 시기와 계약 시기가 맞물리면서 관련 문의 전화가 많았는데 전매제한 해제와 중도금 대출 문의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강남, 실거주 의무 폐지 반겨재건축과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이 활발한 강남 3구는 규제 지역으로 묶였어도 실거주 의무 폐지에 기대를 보였다. 집을 사더라도 반드시 일정 기간을 살지 않아도 되면서 재개발 사업성을 따져보는 자산가들 문의가 집중됐다. 서울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재건축을 추진 중인 신반포 지역 조합원의 문의가 많았는데, 대부분 전매제한과 실거주 의무 폐지에 따른 재건축 사업성을 묻는 전화였다”고 했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중 규제 지역에서 해제된 성동구에는 세금 부담 완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최근 몇 년간 급등한 집값에 양도세 부담이 두려워 매도를 포기했던 집주인들이 관망세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규제 지역에서 풀리면서 다주택자 양도세와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중과와 2주택 이상 보유 가구의 주택담보대출 제약 등 세제·대출 규제 수위가 낮아졌다. 성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3일 저녁부터 30건이 넘는 문의 전화를 받았다”며 “양도세 중과 해제에 대한 집주인들 문의 전화뿐만 아니라 좀체 없던 매수 문의 전화도 8건 가까이 왔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과 함께 규제지역에서 풀린 경기는 여전히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이 대거 규제 지역에서 풀리면서 오히려 주목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경기 광명시의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정부의 규제 완화 발표 전엔 집값 급락 때문에 집주인들은 패닉, 매수자는 실종이었다”며 “규제 완화 발표 이후엔 ‘서울과 같이 해제돼 오히려 경기 주택 수요가 살아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보다 금리에 따라 좌우되는 시장 상황이라 단기간에 수요가 급증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규제 완화에 따른 시장 호재가 분명하기 때문에 지역 특성에 따른 연쇄적인 거래 회복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오상/김은정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