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 사는 대학생 박진우 씨(23)는 한 주에 서너 차례씩 동네 편의점 7~8군데를 순회하고 있다. 걸어서 15~20분은 족히 걸리는 편의점을 일부러 찾을 때도 있다. ‘크림빵’ 때문이다. 편의점에 들어서자마자 일단 빵 매대로 직진해 크림빵이 있는지 확인한다.
그는 “최근 편의점 크림빵에 푹 빠졌다”며 “편의점 빵은 ‘내용물이 부실하고 맛없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크림빵으로 편견이 깨졌다. 반으로 갈랐을 때 크림이 가득 찬 모습을 보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넘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편의점 크림빵이 인기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제조하는 편의점 빵은 맛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왔지만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반갈샷(반을 갈라 상품 속 내용물을 인증하는 사진)’ 등 제품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재미로 소비하는 유행을 겨냥해 편의점 업계가 생크림으로 내용물을 가득 채운 상품을 대거 내놓고 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지난달 내놓은 ‘황치즈 생크림빵’이 한 주 만에 17만개 팔려나가 소위 ‘대박’ 났다. 기존 CU의 인기 상품이었던 ‘연세우유 크림빵’ 시리즈가 출시됐던 때보다 매출이 7배나 높았다는 설명이다. 이 빵들은 맛도 맛이지만 크림으로 가득 찬 빵을 절반으로 가른 모습 때문에 사랑받는다. 이른바 ‘반갈샷’. 반을 갈라 크림의 양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튜브에 우유 크림과 치즈나 초콜릿 등 다양한 재료의 크림이 빵 안 가득 들어찬 모습들이 올라온다. SNS에서도 ‘편의점빵’ ‘반갈샷’ ‘핫템’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사진·동영상이 공유된다.
그러자 다른 편의점들도 ‘제2의 생크림빵’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GS25가 선보인 생크림도넛 솔티밀크, 생크림도넛 슈크림 등도 이 같은 인기를 겨냥했다. 출시 직후에는 매장 앞에 줄을 서는 ‘오픈런’ 까지 벌어졌다. GS25는 생크림도넛 인기를 이을 후속 상품을 이달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당초 3월 출시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최대한 앞당겼다.
이마트24 역시 우유생크림빵빵도넛과 커스터드크림빵빵도넛 등을 판매 중이다. 각각 우유생크림과 커스터드크림을 제품 용량의 절반 이상 채웠다. 반갈샷을 위해선 풍성한 크림이 필수다. 세븐일레븐도 생크림을 가득 채운 제주우유 생크림빵 출시를 앞두고 있다. 빵 반죽에 물 대신 제주우유를 넣어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는 소개다. 이달 중순께 판매를 시작한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생크림빵의 인기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돼 편의점들이 관련 상품을 기획하는 데 열 올리는 분위기”라며 “신제품을 개발할 때 SNS 인증샷 등 화제성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를 크게 고려한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