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국적 컨테이너 선사 HMM의 민간 매각 타당성에 대한 외부 컨설팅 작업에 착수한다. 해운 시황과 주식 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매각 최적기와 민영화 이후 국적 선사로서의 공공성 확보 방안 등이 도출될 전망이다. 이어 인수 후보군 물색에도 나서면서 2025년을 목표로 추진되는 HMM 민영화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해양수산부는 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의 HMM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해양진흥공사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민영화 타당성과 인수 후보군 분석을 위한 회계법인 등 전문기관 컨설팅에 나서는 것이 골자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3일 사전 브리핑에서 “HMM의 경영권 민간 이양을 위한 여건을 마련할 것”이라며 “해운시장의 불확실성과 우리 경제 상황, 증권 시황 등을 점검하면서 매각 계획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협의 중이다”고 밝혔다.
다만 조 장관은 조기 매각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작년 말 산업은행이 LX판토스, 현대글로비스, 포스코 등 인수후보 기업과 접촉하면서 불거진 HMM 조기매각설에 대해선 가능성을 낮게 본 것이다. 조 장관은 “급하게, 관계기관의 협의 없이 매각되는 일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올해 정부가 인수 후보군 물색에 나설 것을 공식화한만큼 HMM 매각의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다. HMM은 산은과 해진공 등 공공부문이 45% 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영구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식으로 모두 전환하면 공공 지분은 74%까지 높아진다. 매각의 구조나 정부 측 지분을 얼마나 남길지 등의 윤곽도 연내 정해질 전망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서 해운 운임이 1년 만에 80% 이상 떨어지는 상황은 HMM 민영화의 변수다. 10~20년을 주기로 짧은 호황과 긴 불황이 반복되는 해운업의 경기 사이클이 HMM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해양수산부는 이날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해운업 불황기를 막기 위한 종합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해수부는 올해 고위험 선사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 지원을 위한 1조원대 위기대응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어려움을 겪는 해운사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선박을 해외 매각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2026년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입해 선박 50척을 매입한 뒤 국적선사에 임대하는 공공선주사업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한다.
중소·해운사 위기 대응 등을 위한 긴급자금 3000억원을 포함 총 3조원의 ‘안전판’을 마련해 ‘제2의 한진해운 사태’를 막는다는 계획이다.
HMM을 중심으로 미국, 동남아 등 거점 항만 터미널 등 물류 인프라 확충에도 나선다. 항만 터미널은 선대와 함께 해운사의 역량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선박이 제시간에 도착하는 정시성을 높이고 물류비의 30% 수준인 하역비 절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이 파산하기 직전 해인 2016년 한국 국적 컨테이너 선사의 항만 터미널 수는 16개에 달했지만 현재 HMM은 8개만을 갖고 있다. 주력 항로인 미국, 유럽을 비롯해 물류 수요가 늘고 있는 동남아까지 범위를 넓혀 경기 침체기 싼 가격에 매물로 나오는 물류 인프라 인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해수부는 국내 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이 추진하고 있는 신규 항만 건설 프로젝트 수주도 지원해 한국의 해운 물류망을 확충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따른 친환경선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에도 나선다. 해수부는 아직 초기 단계인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에 올해부터 2025년까지 587억원을 투입한다. 암모니아, 수소 등 새로운 연료를 활용한 친환경 선박추진시스템 개발에도 2031년까지 2540억원을 투자한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자율운항, 친환경선 등 해양모빌리티 글로벌 시장은 2030년이면 741조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며 “우리 기업이 ‘초격차’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