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마저 상장 연기라니…충격에 빠진 여의도 IPO시장

입력 2023-01-04 14:23
수정 2023-01-04 14:36

컬리가 증권신고서 제출을 앞두고 결국 상장 연기를 결정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에 일단 보류 결정을 내린 것이다. 가뜩이나 위축된 시장에 대형 기업공개(IPO)가 철회되면서 여의도 증권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4일 컬리는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을 고려해 코스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상장예비 심사부터 다시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컬리 측은 상장은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재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컬리는 지난해 8월 22일 유가증권 시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예비심사 효력기간이 6개월이란 점을 고려하면 컬리는 오는 2월 22일까지 상장을 마쳐야 했다. 하지만 결국 증권신고서 제출을 앞두고 상장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컬리의 기업가치는 2021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까지만 해도 4조~7조원에 달했지만 증시 침체에 고평가 논란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8000억원 수준이 적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조원도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벽배송'이란 고비용 사업구조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커졌다. 컬리는 최근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블랙핑크'의 제니를 모델로 내세운 뷰티 전문 플랫폼 '뷰티컬리'를 출시했지만 근본적인 비용 문제에 대한 시장의 의문을 해소하기는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IPO(기업공개) 시장이 (지난 2년간) 흥행했던 건 저금리여서 가능했던 것이다. 금리가 많이 내려야 컬리 IPO도 그나마 기대해볼 만하다"며 "컬리는 고비용 수익 구조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해야 할 필요도 있는데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에는 한국조선해양이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을 포기하고, 사모펀드 IMM PE가 보유한 현대삼호중공업 주식을 전량 사들이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조단위 대어급' 주자로 꼽혔던 컬리마저 상장을 보류하면서 IPO 시장에는 냉기가 확산하고 있다. 잇단 상장 포기 소식에 증권사 IPO 관련부서들도 가라앉은 분위기다.

컬리 상장 연기는 올해 IPO를 앞둔 기업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컬리와 비슷한 유통업계에서 상장을 가늠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지난해 상장을 포기했던 쓱닷컴과 케이뱅크, CJ올리브영 등은 올해 재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오아시스는 최근 코스닥 시장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상장 예비심사 효력이 6개월인 만큼 상반기 내로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점쳐졌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IPO 청구를 하지 않은 기업의 경우에는 상반기 주식시장의 흐름을 보면서 IPO 추진 여부를 결정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어급 IPO 기업은 보수적인 접근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