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에 '속옷 패션쇼' 영상 보냈다 직위 해제된 교사…결말은?

입력 2023-01-04 10:27
수정 2023-01-04 10:28

여고생 제자에게 '속옷 패션쇼' 영상을 휴대폰으로 보냈다가 직위 해제된 교사가 교육감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4일 인천지법 행정1-3부(고승일 부장판사)는 교사 A씨가 인천시 교육감을 상대로 낸 직위해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21년 11월 여고생 제자 B양에게 카카오톡으로 팝가수 리한나가 노래할 때 여성 모델들이 속옷 중심의 의상을 입고 패션쇼를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냈다. 이에 B양은 한 달 뒤인 12월 A씨를 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고소했다.

B양은 경찰 조사에서 "(선생님에게) 해당 가수의 노래 영상을 보내달라고 한 사실은 있지만, 속옷 패션쇼 영상을 보내달라고 한 적은 없다"며 "선생님이 학생에게 보낼 영상은 아닌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곧바로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인천시교육청은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A씨에게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청 심사를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경찰은 A씨에게 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고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만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영상 속 모델들의 노출이 심하지 않고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로부터 무혐의 판단을 받은 A씨는 직위해제 처분을 내린 인천시 교육감을 상대로 2022년 6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재판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단지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는 사실만으로 직위해제를 했다"며 "재량권을 벗어나거나 남용해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인 재판부는 해당 영상의 유튜브 조회 수가 4900만회에 이르며 미성년자의 접근도 제한된 콘텐츠가 아닌 만큼, 음란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유가 존재하지 않은 직위해제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