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계약한 신차를 받기로 했던 소비자가 지난해 말 회사 측으로부터 새해 출고분부터 차량 가격이 70만원 인상된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소비자가 이같은 통보를 받은 건 새해를 불과 사흘 앞둔 날이었다.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소비자 A 씨는 지난해 8월 쌍용차 토레스를 예약 구매했다. 계약 당시 "늦어도 같은 해 10월이면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다"는 영업사원의 말과 달리 신차 출고는 계속해서 미뤄졌다.
결국 A 씨는 해를 넘긴 2023년 1월 초 차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새해를 사흘 앞둔 지난해 12월 29일 회사로부터 돌연 1월 출고분부터 차량 가격이 70만원 오른다는 문자를 받게 됐다. A 씨는 "달랑 문자 한 통으로 가격 인상을 공지하다니 소비자를 우습게 보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출고 대기자인 B 씨도 A 씨와 같은 상황을 토로했다. 그는 "이미 계약서를 쓴 상황이어서 당연히 기존 가격이 적용될 줄 알았는데, 계약 기준이 아니라 출고 기준으로 인상분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며 "계약 당시에는 인상 가능성에 대해 듣지 못했는데 당황스럽다"고 했다.
그렇다면 가격 인상 결정이 이뤄지기 전 계약서를 작성한 소비자들이 출고 지연에 따른 가격 인상 부담을 떠안게 되는 건 과연 적법한 걸까. 현행 규정에 따르면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몫인 것으로 나타나, 기업 중심적인 시장 환경에서 소비자 보호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동차(신차) 매매약관은 '계약성립 후 자동차 인수 전에 자동차의 설계·사양의 변경 등으로 계약서 기재 내용대로 자동차의 인도가 불가능한 경우, 갑(자동차 판매사)은 을(매수인)에게 변경된 사양의 자동차 내역 및 계약해제 여부에 대한 효과를 통지한다. 이때 을이 변경된 사양의 자동차 구입을 원하는 경우 변경된 조건으로 자동차를 인수한다'고 규정한다. 완성차 기업이 소비자에게 변동 사항만 통지하면 만사형통인 셈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소비자는 구입한 자동차에 대해 계약 당시의 옵션과 가격으로 차량을 인도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제조사는 인도 지연에 따른 책임이 제조사에 있음을 자각하고 가격 인상에 대한 일방적인 통보행위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공정위는 변동 사항만 통지하면 가능하게 한 자동차(신차)매매약관을 이른 시일 내 개정해 일방적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현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