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공무원이 탈세 혐의자를 조사하면서 작성한 심문조서는 수사기관의 조서와 성격이 달라 당사자가 부인하더라도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피의자신문조서가 아닌 진술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혐의로 기소된 A씨와 중개인 B씨의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2년과 벌금 1억4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A씨 등은 수도권 지역 식당에 수산물을 납품한 것처럼 꾸민 허위 계산서를 발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는 세무공무원이 작성한 범죄혐의자심문조서가 유죄 증거로 제출됐다. 그런데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들은 심문조서가 증거로 인정된 데 불복해 항소했다. 세무공무원이 작성한 범죄혐의자심문조서를 수사기관이 작성한 신문조서로 볼지, 혹은 세무공무원이 진술 내용을 기록한 진술서로 볼지가 재판에서 쟁점이 됐다.
만약 수사기관이 작성한 신문조서에 해당한다면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할 경우 법정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반면 진술서는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증거 능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2심은 이 심문조서가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가 아닌 진술서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도 이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진술을 기록한 사람이 내용이 진정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특히 믿을 수 있는 상태(특신상태)’에서 진술이 이뤄졌다고 인정할 수 있으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업무 성질이 수사와 비슷하거나 이에 준하더라도 명문 규정이 없는 한 공무원을 함부로 사법경찰관 또는 특별사법경찰관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특신상태란) 조서 작성 당시 그 진술 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 작성에 허위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 내용의 신빙성과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