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사진)이 서울 우면 R&D캠퍼스를 방문했다. 이 회장은 당시 사람 무릎에 닿는 정도 크기의 가정용 로봇을 유심히 살펴본 후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로봇이 ‘JY표’ 신사업에 포함된 순간이다. 삼성전자는 이듬해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지난해 로봇사업팀을 출범시켰다.
삼성전자가 로봇사업의 기술 고도화를 위해 외부 협력을 강화한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협동로봇 전문 코스닥 상장사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달 중순께 약 194만 주를 주당 3만400원에 받을 계획이다. 지분율은 약 10.3%가 된다. 삼성전자가 로봇 관련 기업에 지분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원익IPS, 동진쎄미켐, 솔브레인 등 주로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지분 투자를 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11년 KAIST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가 설립한 회사다. 창업 멤버들은 2004년 국내 최초로 휴머노이드로봇 휴보를 내놨다. 주력 제품은 카페 같은 곳에서 커피 제조에 도움을 주는 등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협동로봇이다. 자율주행 로봇(AMR), 이족보행 플랫폼, 물류용 집게 로봇 등도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투자를 계기로 기술 교류를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은 그동안 돌봄 로봇 삼성봇케어, 지능형 로봇 볼리, 상호작용 로봇 삼성봇아이, 가사보조 로봇 삼성봇핸디 등의 시제품을 선보였다. 지금은 보행보조 로봇 젬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일각에선 삼성이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함께 협동로봇 사업화를 준비 중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가 27.45% 오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로봇산업의 중요성 때문에 유망 기업에 지분 투자를 한 것”이라며 “사업 협력보다는 로봇기술 고도화 목적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황정수/최석철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