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경제 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제조업·부동산 경기 침체로 가계는 물론 기업 부실 우려가 커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위기의 파도를 넘기 위한 3대 핵심 키워드로는 ‘본업 경쟁력 강화’와 ‘리스크 관리’, ‘디지털’을 제시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지속 가능하고 내실 있는 성장’을 강조했다. 윤 회장은 “중요한 것은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혹한기 또는 빙하기가 왔을 때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넘버원 금융 플랫폼 기업’ 도약을 위해 디지털지갑 ‘KB웰럿’과 간편결제 서비스 ‘KB페이’를 그룹 대표 앱인 KB스타뱅킹과 연계할 방침이라고도 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변화하고자 하면 살고 안주하고자 하면 죽는다’는 뜻의 ‘변즉생 정즉사(變卽生 停卽死)’를 강조했다. 지난해 말 3연임을 포기하고 용퇴를 결정한 조 회장은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 역시 더 큰 미래로 가고자 하는 결단이었다”고 했다. 그는 2025년을 내다본 중기 전략으로 금융 본업의 역량 강화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대, 디지털 경쟁력 강화 등을 담은 ‘리부트(RE:BOOT) 신한’을 제시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패배한 프랑스 방어선인 ‘마지노선’을 사례로 꼽으며 본업 경쟁력 강화를 당부했다. 함 회장은 “하나금융 14개 자회사 중 업종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회사가 몇 개나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모빌리티와 헬스케어 등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경쟁력을 갖춘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 등은 해외로 적극 진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증권과 보험, 벤처캐피털(VC) 등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의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손 회장은 “자산 건전성과 자본 비율, 유동성 관리에 집중해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며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은 이날 취임 첫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올해 (경제 상황이) 많이 어려울 것 같다”며 “경각심을 가지고 도전 정신으로 적극 개척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초위기 상황 속에서 산은이 한국 경제를 책임진다는 사명감과 위기의식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