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뇌물 수수 등 혐의를 받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을 두둔하며 본인을 비꼬는 농담을 공개석상에서 주고받은 데 대해 "공당이 뇌물 범죄를 비호하는 것이 웃긴가"라고 비판했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제가 유머를 참 좋아하지만, 국민이 과연 이걸 보고 정말 웃으셨겠냐"면서 이같이 반문했다. 그는 "먼 옛날이나 먼 나라 이야기면 웃을 수 있겠지만, 2023년 우리나라 얘기 때문에 그냥 괴이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연단에 섰던 한 장관은 이례적으로 수사 중에 발견된 증거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가결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한 장관은 "노 의원이 청탁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된 파일이 있다"면서 노 의원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돈 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생생하게 녹음됐다고 전했다. 그는 "뇌물 사건에서 이런 정도로 확실한 증거들이 나오는 경우를 저는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의 호소에도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재석 271명 중 찬성 101명, 반대 161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정의당은 6명 전원이 찬성 표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후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돈 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녹음됐다"는 한 장관의 발언을 조롱했다.
이재명 대표는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자꾸 들리는데, 김남국 의원 돈 봉투 받는 소리 들리는 것 아니냐"며 "김성환 의원이 김남국 의원에게 돈 봉투 전달하는 소리 같다"고 운을 띄웠다. 이에 지도부는 "밥 먹을 때도 부스럭 소리 유의해야 한다", "누구 만날 때 종이 부스럭 소리가 나면 돈 봉투 소리라고 생각할 것" 등 맞장구를 쳤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한 장관에 대해 "미운 일곱살 같은 오기가 표를 결집하게 했다. 한동훈 땡큐"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 장관은 "공당이 뇌물 범죄를 비호하는 게 고마운 국민들이 계실까"라며 "대체 어느 나라 국민을 대표하는지 묻고 싶다"고 받아쳤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