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큰손', 대기업도 다 물렸다"…기업가치 60% 빠진 지아이이노베이션 IPO 고심

입력 2023-01-03 15:10
수정 2023-01-05 10:25
이 기사는 01월 03일 15:1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때 기업가치가 1조원에 달했던 지아이이노베이션의 기업공개(IPO)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증시 침체와 바이오 투자 심리 악화로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상장하더라도 기존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장한 약물 설계 전문기업 보로노이처럼 기업가치를 대폭 낮추지 않으면 증시 입성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면역항암제 개발사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최근 거래소로부터 상장 예비 심사 승인받았다. 심사를 청구한 지 8개월 만이다. 심사 기간은 일반적으로 영업일 기준 45일이지만, 이 회사는 중간에 상장 요건을 변경하면서 기간이 두 배 이상 걸렸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심사를 청구할 당시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인 기업에 해당하는 유니콘 특례 상장을 추진했다. 이 요건을 적용받으면 평가기관 한 곳에서 A등급 이상을 받으면 된다. 그러나 지난해 말 장외시장에서 회사의 기업가치가 3000억원 대로 급감했다. 시가총액 기준을 충족할 수 없게 되자 회사 측은 4개월 후 기술특례 상장으로 방향을 바꿨다. 기술특례 상장은 전문 평가기관 두 곳에서 A, BBB 등급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이 회사는 2021년 11월 받은 기술성 평가를 토대로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각각 A, BBB 등급을 받아 최소 요건을 맞췄다. 그 결과 지난달 29일 예비 심사 승인받았다. 바이오기업 중에선 최장기간 심사받은 기업으로 남게 됐다.

회사 측은 연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증시 침체로 투자를 유치할 때보다 기업가치가 급격히 하락했다는 데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2021년 증시가 최고점일 때 1600억여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몸집을 불렸다. 국내 1위 제약사 유한양행을 비롯해 바이오기업 제넥신 등 제약바이오 회사뿐만 아니라 SK, 아이마켓코리아 등으로부터도 수백억 원을 유치했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액은 2500억원에 이른다.

이중 SK와 제넥신은 2021년 6월 지아이이노베이션에 각각 100억원, 5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기업가치를 5000억원으로 평가해 주당 3만3000원에 주식을 매입했다. 상장 후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장외시장에서 이 회사의 주가는 주당 2만원 아래로 하락했다. 기업가치는 410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두 회사의 지분 가치는 각각 60억원, 30억원 대로 약 45%의 손실을 내고 있다.


삼성그룹에서 분사한 후 인터파크로 매각된 산업자재(MRO) 기업 아이마켓코리아도 2021년 4월 주당 3만3000원에 200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가 보유한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지분 가치는 121억원으로 평가손실은 80억원에 달한다.

초창기 투자자인 유한양행도 2019년 주당 1만2500원에 6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2021년 3월 주당 3만3000원에 10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유한양행은 이 회사 지분 3.9%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가치가 낮았던 때부터 분산 투자한 덕분에 손실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디에스자산운용, 브레인자산운용, 아주IB 등 벤처캐피탈(VC)도 신기술조합과 펀드를 통해 이 회사에 투자했다. 이들은 주당 3만6200원에 1155억원을 투자했다. 전체 주식의 23%에 달하는 455만주가 주당 3만원 이상에 발행된 것이다.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로 총 1600억여원의 투자를 받은 덕분에 지아이이노베이션은 기업가치를 7000억원 대로 불릴 수 있었다.

기존 투자자들은 지아이이베이션의 상장 시 기업가치를 5000억원 대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는 적정 기업가치를 3000억원 대로 평가하고 있다. 기업가치가 1조2000억원까지 치솟았던 보로노이의 시가총액이 4100억원 대에 형성돼있다는 점에서다.

보로노이는 지난해 2월 공모가 하단 기준 시가총액을 6700억원으로 제시했다가 수요예측에 실패해 상장을 철회했다. 이후 기업가치를 5050억원으로 낮춰 재도전했고 간신히 증시 입성에 성공했다. 기존 주주들이 주가가 낮아질 경우 전환가격이나 인수가격을 함께 낮추어 가격을 재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인 리픽싱 조항에 동의하면서 공모가를 낮출 수 있었다.

한 투자운용사 관계자는 "금리 상승과 증시 침체로 손실 규모가 커진 일부 투자자들은 일단 상장한 후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올해 시장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상장 시기를 조율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이날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주가는 2만500원으로 전일 대비 7% 올랐다. 지난해 11월 1만420원까지 하락했으나 상장 기대감에 주가가 소폭 상승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