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LG그룹은 ‘선택과 집중’을 경영 키워드로 삼은 구광모 LG 회장의 색채가 드러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구 회장은 2018년 취임 이후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했다. 대신 미래먹거리로 점찍은 사업은 심혈을 기울여 육성해 왔다. 특히 올해엔 구 회장이 수년째 역점을 두고 키워낸 전장과 배터리 분야에서의 성과가 주목된다. ○“미래 먹거리 적극 육성”2일 산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2026년까지 계열사별로 국내에만 106조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을 담은 중장기 투자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구 회장은 신성장 분야로 점찍은 전장과 배터리, 차세대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미래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이런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올해 자동차부품솔루션(VS) 사업본부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기로 했다. 2016년 1분기부터 25개 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온 VS사업본부는 지난해 2분기 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어 3분기에도 96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실적 개선세를 이어갔다.
업계는 올해 LG전자의 VS사업본부가 가전과 TV 등 기존 주력 사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부서로 발돋움할 것으로 예측했다. DS투자증권은 VS사업본부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4313억원으로 제시했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3652억원)를 뛰어넘는 실적을 거둘 것이란 관측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연말 단행한 임원인사에서 전장 부문 출신 임원을 대거 승진시키며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
전장 사업을 맡은 다른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업체를 제외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 LG디스플레이는 전 세계 차량용 디스플레이 분야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용 모터, 센서, 카메라 모듈 등을 생산하는 LG이노텍은 지난해 3분기 전장 사업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사업 개편은 과감하게”구 회장은 올해 계열사별로 수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체질 개선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미 조명용 LED(LG이노텍)·LCD 소재 사업(LG화학)·태양광 사업·휴대폰 사업(MC사업본부) 등을 정리했다. 지난해엔 국내 LCD TV 패널 생산(LG디스플레이)에서도 손을 뗐다. 경쟁력이 떨어진 사업은 과감히 철수하고 고부가가치 분야에 집중해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업황 악화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든 LG디스플레이도 올해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대형 LCD 사업은 출구전략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신 지난해 유일하게 우상향 곡선을 그린 차량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을 필두로 투명, 게이밍 OLED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운다. 올해부터 출시가 예고된 가상현실(XR) 기기를 겨냥한 디스플레이 개발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LCD 분야에서도 수익성이 보전되는 하이엔드 LCD와 IT용 LCD도 계속해서 이어가기로 했다.
LG이노텍 역시 수익성 강화를 위한 사업 재편을 시작했다. 최근 1조6563억원을 주력 제품인 카메라 모듈(광학부품)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자기자본(3조3142억원) 대비 50% 수준에 이르는 대형 투자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투자를 아이폰15 시리즈 하이엔드 모델의 카메라 사양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했다. 애플이 주요 고객사인 LG이노텍의 광학솔루션 사업본부는 3분기 기준 10조33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회사 매출의 약 80%를 광학솔루션 사업본부에서 책임진 셈이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