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는 2023년 다소 주춤한 한 해를 보낼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해상 운송료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해운사 실적이 치솟았지만 올해는 물동량이 감소한 결과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16일 기준 1123.29로 전주보다 14.80포인트 내렸다. 26주 연속 하락세로 2년 4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역대 최대치인 작년 1월 7일(5109.6)과 비교하면 78.01% 떨어졌다.
코로나19 이후 일시적으로 치솟았던 해상 운송료가 경기 침체 우려로 급락세로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해운업계 실적을 판가름하는 SCFI는 올해도 내림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에 상품교역 증가율이 2%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상품을 운송하는 컨테이너선 수요가 부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해운사들은 2021년부터 항로에 투입할 선박을 대거 발주한 바 있다. 이들 발주 선박 상당수는 올해에 넘겨받게 된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올해 선박 환경 규제를 강화하는 만큼 낡고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선박의 퇴출이 예상된다. 하지만 노후 선박 퇴출을 고려해도 올해 해운사의 선복(적재 공간)량은 6%가량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CFI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7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운임 수준이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해운사들이 선복 공급량을 조절해 운임 낙폭을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해운업계의 ‘맏형’ 격인 HMM 실적은 큰 폭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2022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0조993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올해 영업익 컨센서스는 2조8074억원으로 72.2% 줄어들 전망이다.
HMM의 민영화 작업도 해운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보유한 HMM 지분 20.69% 매각을 검토 중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