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급 호황기를 누린 정유산업은 올해도 전망이 밝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을 맞아 석유 수요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을 웃도는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 4사는 정제설비 가동률을 점차 높이는 동시에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신사업 중심 투자를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석유 소비량이 올해 하루 9961만 배럴에서 내년 1억126만 배럴로 약 1.5%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도 올해 대비 내년 글로벌 석유 수요가 약 1.7%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품별로는 항공유와 휘발유의 수요 강세가 뚜렷할 전망이다. 봉쇄를 지속해 온 중국까지 최근 방역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여행용 상업용 항공 운항이 본격 재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국제선 운항 횟수는 여전히 코로나19 확산 이전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향후 추가 개선 여력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산업연구원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약 4.4%의 증가율로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확대 흐름을 견인할 것으로 봤다.
정유사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도 안정화 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 등 비용을 뺀 값이다.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넘어야 이익이 나는 것으로 본다.
우크라이나전쟁의 여파로 지난해 2분기까지 초강세를 보이던 정제마진은 국제 유가 급락에 따라 한때 마이너스로 떨어지며 큰 변동성을 보였다.
최근에는 배럴당 8.7달러(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12월 셋째주 기준)까지 회복했다. 증권가는 정제마진 강세가 당분간 지속되며 내년에는 배럴당 10달러대 초반까지 오를 거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불확실성은 변수다. 경유, 나프타 등 산업용 수요가 줄면서 수요 확대 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석유제품 단가가 전년 대비 약 17% 내리면서 수출 실적이 11.9% 꺾일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원은 “글로벌 수급 환경 불안정 요인을 고려해 생산·관리 시스템 효율화를 통한 이익 극대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