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1일 신년인사회에서 ‘토끼가 세 개의 굴을 준비한다’는 뜻의 ‘교토삼굴(狡兎三窟)’이란 고사성어를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가운데 ‘당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첫 마이크를 잡은 문 전 의장은 토끼해를 맞아 교토삼굴을 인용해 운을 띄웠다. 교토삼굴은 꾀 많은 토끼가 위기에 대비해 평소 굴을 세 개 파놓는다는 뜻이다. 문 전 의장은 “올해는 우리도 영민한 토끼를 닮아서 플랜2, 플랜3 등 대안을 마련하는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론적인 말일 수 있지만 검찰 조사가 시작된 이 대표 면전에서 ‘플랜B’를 거론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문 전 의장은 지난해 대학교수들이 한국 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꼽은 ‘과이불개(過而不改)’도 언급했다. 과이불개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문 전 의장은 “과이불개는 정부·여당뿐 아니라 우리(민주당)에게도 해당한다”며 “잘못이 있으면 고쳐야 한다. 민주당 DNA에는 그것을 잘했던 경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사자성어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고 생각해봤다”며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초”라고도 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